천일야화에 나오는 괴팍한 폭군 샤라아르왕. 그는 매일 동침한 여자를 죽이지만 세헤라자데가 날마다 들려주는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 1001일 동안 미루다가 결국 왕비로 삼는다.
넥슨의 대표적 장수게임인 메이플스토리도 이런 ‘이야기’의 힘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메이플스토리는 모든 음모의 흑막 ‘검은 마법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15년 만에 다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PC게임 메이플스토리는 그동안 떠났던 이용자들이 줄지어 돌아오고 있다. 검은 마법사에 관한 이야기의 결말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임트릭스 조사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7월 4주차 PC방 점유율에서 8.36%로 4위를 차지했다. ‘피파온라인4’를 5위로 밀어내고 3위 ‘오버워치’까지 위협 중이다.
5월만 해도 점유율이 2% 수준이었지만 검은 마법사와 관련한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2배로 뛰었다.
검은 마법사의 등장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에게 의미가 크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최종 보스와 다름없다.
당초 메이플스토리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스토리는 없고 사냥만 하는 게임’으로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검은 마법사가 나타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마법사는 2007년 처음 행적을 드러낸다. 당시에는 그저 사악하고 강력한 마법사 정도로 여겨졌지만 나쁜 일은 전부 그가 배후로 지목되자 ‘만악의 근원’으로 존재감이 커졌다. 이용자들이 십여 년만에 막후 조종자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아직 검은 마법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넥슨은 검은 마법사의 등장을 6월 예고하고는 같은 달 21일부터 ‘영웅집결’ ‘전쟁의 서막’ ‘미궁’ 등 관련 업데이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검은 마법사의 기원을 알려주는 웹툰 ‘검은 마법사 origin’ 을 네이버웹툰에 연재하고 검은 마법사의 테마곡 ‘다크니스(Darkness)’을 공개하기도 했다.
넥슨은 ‘테라 버닝’을 통해 자리를 비웠던 이용자들의 귀환도 돕고 있다. 레벨 하나를 올리면 추가로 두 레벨을 더 붙여줘서 캐릭터를 빨리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7월 초에는 메이플스토리 서비스가 시작된지 15년 이래 최고 트래픽을 보였다. 이 게임의 전설적 이용자인 ‘타락파워천사’가 돌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은 마법사는 8월 9일 업데이트를 통해 테네브리스의 세 번째 지역인 리멘의 최종 보스로 등장한다. 넥슨이 업데이트 전까지 이에 관한 정보를 극비에 부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검은 마법사 이야기의 결말이 코 앞에 다가온 만큼 넥슨은 이제 천일야화의 새로운 챕터를 고민하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