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의료기기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규제혁신 의지를 보이면서 의료기기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의료기기산업은 성장잠재력이 높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았던 분야로 꼽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규제혁신 행보를 시작한 것을 놓고 많은 관심이 쏠린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일 “대통령이 직접 규제 혁신에 무게를 실어준 점은 긍정적” 이라면서도 “아직 의료기기 산업 전반의 규제 완화 기대감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헬스케어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관계된 만큼 규제 혁신 속도가 빠를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의료기기 분야의 규제혁신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기 분야에서 규제혁신 성과를 내면 다른 분야 규제혁신은 비교적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19일 “규제혁신이 쉽지 않은 분야지만 의료기기 산업에서 규제혁신을 이뤄내면 다른 분야 규제혁신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산업은 규제기관만 해도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여러 곳이 있고 육성과 지원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수의 정부부처가 관여하고 있다.
또 의료계와 산업계, 학계는 물론 환자와 그 가족들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규제 문제를 풀어나가기 가장 어려운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다수의 장기 미해결 규제들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들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분야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의료기기 산업은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5.8% 성장해 약 5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전 세계의 2%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속도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상장 의료기기 회사의 매출액은 2조8천억 원으로 9.3% 증가했다.
또 의료기기 수출액은 2013~2017년 연평균 7.6% 늘어나는 등 세계 시장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16.2%의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10일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에서 국가 차원으로 추진할 ‘메가 프로젝트’ 후보로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를 꼽았다. 정부의 의료기기 산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기기 규제 완화를 통해 보건복지정책의 효과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문재인케어)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의료기기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2005년부터 10년까지 한국의 의료비 증가속도는 연 평균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이대로 건강보험 급여항목을 확대하면 건보 재정악화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국산 의료기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안전성이 검증된 체외진단기기의 시장 진입 기간을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단축하는 등 의료기기 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공개 현장행보에서 의료기기 산업이 크게 부각되기는 했으나 정부는 이전부터 의료기기 분야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에 힘을 쏟아왔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두고 6대 핵심 프로젝트에 △스마트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 및 제도 개선 △체외진단기기 시장 진입 촉진 등을 추진했다.
4일에는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를 열고 의료기기산업 정책 추진방향과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지원 및 수요창출 전략을 발표했다. 의료기기 기술개발사업에 2020년부터 10년 동안 3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일 의료기기 분야 민관합동 규제해결 끝장캠프를 열고 의료기기 규제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혁신 의료기기 인증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신제품이 많이 개발되는데 의료법 등 규제 체계가 비효율적”이라며 “인증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하게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