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10’의 재설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문제를 문제 삼으며 탑재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서둘러 제품 수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퀄컴이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 출시 전까지 새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 퀄컴, 갤럭시S6 위해 스냅드래곤 810 수정 나서

퀄컴이 스냅드래곤810의 발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세서 재설계 작업에 돌입했다고 IT전문매체 GSM아레나가 25일 보도했다.

  퀄컴 새 모바일 AP 재설계, 삼성전자의 선택은?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GSM아레나는 “퀄컴은 삼성전자를 위해 스냅드래곤 810의 업데이트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며 “퀄컴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6 출시 일정에 맞춰 오는 3월 안에 수정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냅드래곤 810은 LG전자의 ‘G플렉스2’와 샤오미의 ‘미 노트 프로(Mi Note Pro)’ 등에 탑재된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다.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6’도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갤럭시S6에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스냅드래곤 810은 고성능 쿼드코어와 저전력 쿼드코어가 결합된 옥타코어 프로세서다. 전문가들은 고성능 코어가 작동될 때 심각한 발열과 함께 성능저하와 오류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이런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LG전자도 스냅드래곤 810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왜 이런 루머가 나왔는지 알 수 없다”며 발열논란을 일축했다.

GSM아레나는 스냅드래곤 810의 업데이트 버전이 삼성전자만을 위한 제품인지 아니면 LG전자 등 다른 제조사에도 공급될 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퀄컴, 삼성전자 놓칠 수 없는 이유

삼성전자가 실제로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하지 않을 경우 퀄컴이 입을 피해는 상당히 큰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매출을 올려주는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퀄컴의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두 번째로 높다”며 “삼성전자를 잃을 경우 퀄컴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퀄컴은 다른 스마트폰도 아닌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에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성능미달로 탑재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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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갤럭시S 시리즈는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표준으로 불린다. 스냅드래곤 810이 차기 갤럭시S 시리즈의 ‘두뇌’ 자격을 상실할 경우 퀄컴이 가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

퀄컴은 세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40%의 점유율 차지하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을 무기로 퀄컴에 로열티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저가제품을 중심으로 퀄컴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대만의 미디어텍과 중국의 스프레드트럼 등 후발주자들도 퀄컴에 부담이 되고 있다.

◆ 칼자루 쥔 삼성전자, 가격 인하까지 이끌어낼까

스냅드래곤 발열논란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발열논란을 기회삼아 현재 5%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인 ‘엑시노스 7420’은 최신 미세공정 기술인 ‘14나노 핀펫’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엑시노스 7420은 20나노 공정이 적용된 스냅드래곤 810보다 소비전력과 성능 면에서 모두 우위에 있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 시리즈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문제가 있는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하는 모험을 감행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퀄컴과 가격협상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퀄컴은 그동안 제조사와 가격협상에서 높은 가격을 부르며 ‘슈퍼 을’로 군림했는데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라는 대체재를 확보하면서 이런 구도가 바뀔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폰 물량을 감안할 때 자체 제작한 프로세서만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 발열논란을 무기로 퀄컴에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을 오는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3월 안에 갤럭시S6용 스냅드래곤 810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제품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갤럭시S6 초기 물량 탑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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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퀄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10' <퀄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