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남편 살리기'에 나섰다. 

민씨는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남편을 의심하지 않았고 김지은씨가 남편을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늘Who] 안희정 재판에 선 아내 민주원, 클린턴의 힐러리가 되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아내 민주원씨가 2017년 5월4일 충남 홍성군 홍북면주민자치센터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씨는 이날 재판에서 “2017년 8월 중국 대사 부부를 보령 상화원 리조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접대했는데 피해자 김씨가 1층, 우리 부부가 2층에 숙박했다”며 “잠을 자다가 새벽 4시쯤 부부가 자고 있는 침대 발치에 김씨가 서 있는 걸 봤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김씨에게 왜 그러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불쾌했다”며 “남편을 의심하지 않았고 김씨가 남편을 불안에 빠뜨릴 수 있겠다 생각해 멀리하라고 했지만 공적 업무 수행을 두고 내가 어찌할 수 없어 수개월 동안 불쾌함을 감췄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날 흰 상의에 남색 바지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김지은씨가 남편에게 달려올 때 볼에 홍조 띤,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며 “(김씨) 혼자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사적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봤다”고 진술했다. 

민씨 진술에 감정이 섞여들자 판사는 말을 끊으며 “할 말이 많은 건 알겠지만 사실 파악이 중요하다. 감정적 평가는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지은 전 충남지사 정무비서가 3월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한 뒤 민씨가 생각을 공개적으로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씨는 안희정 전 지사와 고려대학교 83학번 동기로 재학 시절 도서관에서 만나 인연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가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10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한 다음해인 1989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민씨는 1992년부터 10여 년 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일했고 교직을 떠난 뒤 안 전 지사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내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민씨는 안 전 지사 선거운동에도 열심히 힘을 보태 "단순한 내조에 그치지 않고 대체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2017년 2월 한 행사에서 “(저에겐) 아내가 가장 큰 스승이다”고 말했다. 민씨와 인기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등 애정도 과시했다. 

이번 민씨의 증언은 ‘성폭력’ 혐의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정치생명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태현 변호사는 12일 YTN '나이트 포커스'에 출연해 "안 전 지사는 정치인이고 안 전 지사의 아내도 정치인 일 수밖에 없다"며 "클린턴 대통령 스캔들 당시 힐러리 클린턴도 (남편의 성추문을 두고) '괜찮다'고 했듯이 민주원씨도 그런 식의 증언을 해 나름대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1998년 1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은 스캔들이 터지고 일주일 뒤 NBC‘투데이쇼’에 나와 “그를 믿는다”고 말해 남편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의 성추문 상대인 르윈스키를 두고 ‘자아도취에 빠진 미치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씨는 2017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정치인의 아내로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는 ‘내 삶을 사는데 정치인 남편이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김지은 전 정무비서의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따른 추행, 강제추행 등 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