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사업) 수주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일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유지분 전량을 갑작스럽게 처분하면서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에 난기류 흐르나

▲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1일 코스피 개장 전에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584만7511주(5.99%)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아 2364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완전히 털어버린 것은 다소 뜻밖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기존 주주였던 현대자동차와 두산그룹 계열사 디아이피홀딩스가 지분을 처분한 뒤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속 지분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에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매각한 점이 주목받는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노후화한 훈련기를 새 훈련기로 바꾸는 사업으로 초기 물량만 350대, 약 17조 원에 이른다. 늦어도 9월 안에 입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최근 미국에서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파트너기업인 록히드마틴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향한 신뢰를 재차 확인하면서 사업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런 가능성을 크지 않다고 보고 지분을 처분했다고 보는 시각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수주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때 주식을 처분하면 오히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입찰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은 반대 상황에 더 무게를 둔 것이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미국에 여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미국의 대표적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창립자이자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인 에드윈 퓰너 회장과 30년 이상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퓰너 회장은 워싱턴 정계의 대표적 지한파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합류했고 정권인수위원회에서 선임고문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미국을 방문하거나 퓰너 회장이 방한할 때마다 만나 한국과 미국 현안과 국제경제, 정치질서를 논의하고 민간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한화그룹의 미국 네트워크는 김 회장의 개인적 네트워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화그룹은 2017년 5월에 버나드 샴포 전 미국 육군 제8군사령관을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방산부문 전략본부 미국사업실장으로 영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25일 미국 워싱턴D.C.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초대 지사장을 샴포 부사장이 맡고 있다.

한화그룹이 미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 가능성을 타진해본 뒤 지분 매각을 결정했을 수 있다는 말도 방산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올해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유지분을 낮췄다.

블랙록은 1940년 투자자문사로 설립됐는데 3월 말 기준 1조3665억 달러의 자금을 글로벌에서 운용하고 있다.

블랙록은 6월5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4.02%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2017년 8월22일까지도 지분 6.5%를 보유했는데 10개월 동안 2.5%가량을 순매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