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9일 증권가의 분석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하게 되더라도 투자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최영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한다는 관측이 유력하다”며 “소량이나마 애플의 공급회사로 진입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으며 차차 물량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6월 말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를 중소형 올레드 공급처로 확보했으며 물량은 올해 약 200만~40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벌여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애플에 공급할 수 있는 중소형 올레드 물량이 기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가 2018년 애플에 1천만~1500만 대에 이르는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할 것으로 유력하게 관측됐다. 올해 LG디스플레이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의 최대 3배가 넘는다.
하지만 애플이 비용 부담으로 아이폰에 공급가격이 높은 중소형 올레드 탑재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수율 확보가 늦어진 데다 애플이 올해 비용 부담으로 중소형 올레드 탑재 모델의 물량을 낮춰 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출하량 전망치도 크게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파악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모두 5조 원을 들여 설비 투자를 벌일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이에 따른 올해 감가상각비용은 5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정원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올레드 생산라인은 투자 규모가 커 가동률이 낮아지면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감가상각비용 부담이 가중된다”고 파악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감가상각비용이 2019년 약 1조 원, 2020년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애플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는 중소형 올레드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더욱 이 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애플이 내년에 올레드를 탑재한 아이폰 생산대수를 올해와 비교해 얼마나 늘릴지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중국 패널회사 BOE와 물량 경쟁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LG디스플레이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 연구원은 “애플이 2019년에 중소형 올레드 탑재 물량을 크게 늘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올해 아이폰의 올레드 모델 판매 결과를 통해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OE도 아직까지 중소형 올레드 생산에서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20년부터는 충분히 애플에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BOE가 LCD에 이어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서면 LG디스플레이의 입지는 더욱좁아지게 된다.
최 연구원은 “애플이 기존 LCD패널 모델에서 재팬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샤프의 3대 공급체제를 유지했던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의 3자 구도를 형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패널사업에서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지속적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체력이 달려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LCD패널사업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발목 잡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던 LCD패널사업이 더 이상 제 구실을 하지 못 하게 되면서 올레드 등 차세대 성장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