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7일 북한 평양 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
북한이 6~7일 열린 북한과 미국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 비핵화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7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일본으로 떠난 직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었다”며 “일방적이고 강도적 비핵화만을 요구했고 종전 선언 문제는 멀리 미루려 했다”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이날 담화를 통해 비핵화와 종전 선언 및 제제 해제 등을 함께 추진하는 단계적 동시 행동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라며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한 경고의 목소리도 담았다.
담화는 "미국 측이 조미 수뇌상봉 회담의 정신에 부합되게 건설적 방안을 들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었다"며 "낡은 방식을 답습하면 또 실패밖에 차려질 것이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담화에는 강도 높은 표현이 담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듯한 표현도 눈에 띄었다.
외무성은 "회담에 앞서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시는 친서를 위임에 따라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정중히 전달하였다"며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훌륭한 친분관계와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감정이 이번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앞으로의 대화 과정을 통하여 더욱 공고화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외무성 담화에는 북한이 종전 선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 폐기, 미군 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 문제 등을 제기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번 북한 외무성 담화의 내용은 8일자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용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의 출국 소식만 짧게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기간에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1박2일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 미국, 일본 3국 외무장관 회의를 위해 일본 도쿄로 이동했다.
한편 이번 고위급 회담에 참여한 미국 관리들은 북한 외무성 담화를 놓고 협상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미국 ABC방송 타라 팔메리 기자는 8일 개인 트위터를 통해 "미국 관리들은 북한 외무성이 내놓은 담화가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한다"며 "그저 하나의 협상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