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을 털어내자 곧바로 KB금융그룹의 해외 진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채용비리 수사 기간에 대외적 움직임을 자제했지만 부담을 덜어낸 만큼 앞으로 KB금융그룹의 해외사업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윤종규, 채용비리 부담 덜고 KB금융 해외사업에 팔걷어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윤 회장이 2일~6일에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투자설명회(IR)에 이례적으로 참석하는 것도 현지 투자자에게 KB금융그룹의 현안과 경영전략을 직접 설명하면서 해외사업의 기반을 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의 기업투자금융(CIB) 거점인 홍콩 사업현장도 찾아 현지사업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홍콩에 지점, KB증권은 법인을 두고 같은 사무공간을 쓰고 있다.

윤 회장이 해외사업과 관련해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은 2017년 11월 연임에 성공했을 때부터 예고돼 왔다.

당시 윤 회장이 겸직하고 있던 은행장을 분리한 데에도 금융그룹 차원의 해외사업 강화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연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그룹은 글로벌 전략에서 다른 은행보다 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 격차를 줄이고 (해외사업에) 집중하는 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신주 인수를 통해 현지시장에 10년 만에 다시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 부행장이었던 2003년 인도네시아 현지의 자산 기준 4위 은행이었던 뱅크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BII) 지분 13.89%를 835억 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국민은행이 2008년 이 지분을 3670억 원에 팔면서 해외 투자에 성공한 사례로 남긴 했지만 이른 시기부터 현지에 자리잡고 있던 알짜 영업망을 놓쳤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국민은행이 뱅크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 지분을 팔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사들였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KB금융그룹 전반의 해외사업이 한동안 힘을 잃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은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에 다시 진출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은행이 성과를 내고 있던 해외시장에서 발을 뺐던 점을 아쉬워했던 만큼 해외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국민은행의 추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현지 시장에서 제대로 영업하려면 은행 2곳 이상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 따르면 외국 금융자본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2곳 이상을 인수해야 은행당 지분 40% 이상을 보유할 수 있다.  

윤 회장은 KB증권,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비은행계열사들의 해외 진출에도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1월에 출범한 베트남법인 KBSV를 교두보 삼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소매금융시장에서 영업 중이고 베트남에도 장기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KB손해보험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