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다. 새해 벽두부터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놓고 사실상 증세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증세문제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바마, 부자 증세 중산층 감세 추진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다만 대상은 다르다. 미국의 증세는 상위 1% '슈퍼 리치'를 겨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예정된 새해 국정 연설에서 ‘부자증세’ 카드를 꺼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는 벌써부터 들끓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국정연설에서 상위 1%인 ‘슈퍼 리치’와 금융사로부터 10년 동안 3200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고 중산층에게 1750억 달러를 감세하는 세제개혁 구상을 내놓는다고 주요 외신들이 20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부부합산 여간 소득이 50만 달러가 넘는 경우 가계에 대한 자본소득세율을 현행 23.8%에서 28%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인구의 약 1%인 최상위 계층, 특히 연소득 200만 달러 이상인 상위 0.1%는 늘어나는 세액의 80%를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산 규모가 500억 달러가 넘는 대형 금융기관 100여 곳에 대해서도 자산의 0.07%를 세금으로 걷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또 주식과 유산상속에 대해 자본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까지 피상속인이 사망 뒤 상속받은 자산을 상속인이 사망시점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하는 경우에만 자본소득세가 부과됐지만 앞으로 이러한 예외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해서 10년간 늘어나는 세금 3200억 달러를 중산층 2400만 가구의 세금공제에 사용하려고 한다. 또 고등교육과 보육관련 지원을 위한 복지재원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공화당은 벌써부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은 ‘논 스타터’(non starter,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계획)라고 일축하며 부유층 1% 뿐 아니라 중산층과 자영업자 등 여타 계층의 세금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의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은 18일 성명을 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조건 세금을 올리기를 원하는 진보 성향 측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의회와 함께 망가진 세제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에 즉각 환영을 나타냈다.

샌더 레빈(미시간)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세제 개혁안은 정확히 미국이 가야 할 방향”이라며 “바로 중산층 가족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연방 상하원은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공화당이 쌍수를 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 증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점쳐진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데도 ‘세제혁명’으로까지 불리는 이 구상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99%에 이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수계의 표밭을 의식한 정치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관철시키며 복지 관련 재정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로 집권 7년차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경제지표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세제개편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꾀함으로써 차기 민주당 집권에 토대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산층 달래기 전략은 최근 미국 경제회복세와 맞물리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12일부터 15일까지 벌인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1년 반 만에 최고치인 50%대를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2013년 하반기 40%대 안팎에 머물렀던 데 비해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가난 구제에 앞장 선 의적 ‘로빈 후드’에 비유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