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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형태의 웨어러블 게임트라카 |
스마트폰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IT기업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웨어러블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웨어러블을 점찍고 웨어러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아이디어를 접목한 웨어러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웨어러블은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보편화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스마트의류 등이 계속 출시되고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처럼 대중화, 보편화의 길을 걷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웨어러블 기기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변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알파와이즈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 소유자 비율은 6%에 불과했다.
한 연구조사에 띠르면 웨어러블 기기의 3분의 1은 구매한지 6개월 내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50%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웨어러블 기기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 상품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영곤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웨어러블 시장이 사용자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공급자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 보급의 확산을 위해서 사용자의 필요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강현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웨어러블 기기들이 제공하는 기능에 대해 이용자들이 특별한 효용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중화하기 위해 효용성, 기술, 디자인, 가격적 측면이 충족돼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까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등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단순히 스마트폰의 알림기능을 제공하거나 간단한 헬스케어 기능을 제공해주는데 그치고 있어 콘텐츠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기술적으로 배터리 문제가 가장 걸리는 대목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에 걸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들의 배터리 용량도 작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들은 하루에 한 번 정도 충전이 필요하다. 자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웨어러블 기기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신체에 착용되는 것이어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웨어러블 기기들은 투박한 디자인들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 출시되고 있는 기기들은 디자인적 요소를 많이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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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tlinxx사의 AmpStrip |
가격도 중요한 부분이다. 처음 웨어러블 기기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격장벽이 높다고 느껴지면 웨어러블 기기의 대중화는 쉽지 않다. 스마트폰도 있고 손목시계도 있는 소비자가 20만 원이 넘는 스마트워치를 선뜻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해 대중화를 이루려면 가격 진입장벽을 낮춰 실제로 사용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동기를 지나고 있는 웨어러블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이 2013년 629만 대에서 2018년 1억119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조사기관은 2018년까지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규모는 3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새로운 웨어러블 흐름 : 인비저블(Invisible)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박람회인 CES는 한해 IT제품들의 흐름과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장이다.
올해 CES에서 웨어러블의 새로운 트렌드로 인비저블(Invisible)이 떠올랐다.
그동안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래스, 스마트밴드 등의 웨어러블 기기들은 저마다 스마트한 IT기기로서 기술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라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삶에 녹아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선택한 대표적 제품 가운데 하나가 핏링스(FitLinxx)가 내 놓은 스마트패치 ‘앰프스트립(AmpStrip)’이다.
앰프스트립은 심박 수와 활동량을 추적하는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사용자의 상반신에 밴드처럼 붙여 사용한다. 한번 붙이면 일주일 동안 사용이 가능하고 옷을 걸치면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데이브 모나한 핏링스 최고경영자는 “앰프스트립은 사용이 끝나면 일회용 밴드 떼어내듯 몸에서 떼 내고 재충전해 사용하면 된다”며 “웨어러블기기가 사람들의 기기가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삶에 녹아들지 않는다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비저블 웨어러블 기기의 또 다른 사례로 두 명의 인도 출신 청년이 세운 스타트업 두크레 테크놀로지(Ducere Technology)가 선보인 스마트 신발 ‘리첼(Lechel)’을 꼽을 수 있다.
리첼을 신으면 스마트폰 앱에 목적지를 입력한 뒤 위치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보지 않아도 된다. 앱과 연동된 스마트 깔창이 오른쪽으로 가야할 때 오른발에 진동을 왼쪽으로 가야할 때 왼발에 진동을 줘 방향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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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크레 테크놀로지의 스마트 깔창과 스마트 슈즈 |
이밖에도 리첼과 연동된 앱을 통해 사용자가 몇 걸음을 걸었는지, 얼마의 칼로리를 소모했는지도 알 수 있으며 운동 목표량을 설정하고 사용자의 운동량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리스피언 로렌스 두크레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는 “요즘 판매되는 신발들에 이미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어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신발을 살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디자인이 어떤가와 얼마나 편할까"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인비저블을 컨셉으로 스마트 의류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영국의 캠브리지 컨설턴츠와 프랑스의 한 회사는 센서가 섬유에 포함된 스마트 셔츠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호주의 한 스타트업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경기도중에 활동량을 측정하고 비교해 분석해주면서 GPS기능도 가지고 있는 브라 형태의 웨어러블 게임트라카(GameTraka)를 개발했다.
이 제품의 제작자인 윌리엄 스트레인지는 “나는 웨어러블 제품을 착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평소 몸에 장치들을 별로 걸치지 않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랑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주는 정보들을 원한다”며 “하지만 그것이 웨어러블 기기들이 정보를 모으는 것을 눈으로 보고 싶어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비저블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눈에 보이는 웨어러블들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이 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웨스톤 헨더렉 엔피디(NPD)리서치 연구원은 “사람들은 스마트 의류도 필요로 하겠지만 여전히 스마트워치 같은 제품들도 원할 것”이라며 두 종류의 시장이 존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