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수육.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불에 구운 삼겹살과 물에 삶은 수육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늘Who] 정일우,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방어에 전투력 발휘

▲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가 5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글로벌 2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스스로 일반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탄 흡연자이기도 하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국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릴(릴 플러스), 글로를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 KT&G, BAT코리아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식약처의 발표에 반박하고 있다.

KT&G가 식약처의 발표에 공식입장을 따로 발표하지 않고 BAT코리아도 식약처의 발표가 나고 나흘이나 지나서야 식약처의 발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도자료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정 대표는 2011년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는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광고와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은 담배회사, 거기에다 외국계 회사였던 만큼 정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낼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정 대표는 최근 들어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정부의 금연정책을 놓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망스럽다’ 등 거침없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의 발표가 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즉각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담배와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에도 추가설명을 덧붙여 다시 한 번 자료를 냈다.

이튿날에는 아이코스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돌려 식약처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18일에도 1천 명의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6개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최근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부분의 시간을 유해성 관련 해명에 쓴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다.

정 대표가 이토록 전투력을 숨기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이코스가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점유율 60%가량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정 대표 스스로 필립모리스에 30년 동안 몸 담으면서 ‘연기 없는 담배’라는 필립모리스의 비전을 철저히 믿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필립모리스의 본사인 필립모리스는 2017년 ‘Smoke-Free Future’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는 ‘담배연기 없는 미래’를 의미한다.

필립모리스는 2008년부터 일반담배를 대체할 덜 해로운 담배를 준비해왔다. 아이코스를 출시하기까지 3조4천억 원가량을 연구개발에 썼다.

정 대표도 새로운 비전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절대 담배를 끊으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좋다고도,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어차피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그나마 덜 해로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건강을 생각하면 일반담배든 궐련형 전자담배든 몸에는 좋지 않으니 그냥 담배를 끊으라고도 강조한다.

정 대표는 최근 열린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식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 시간 넘게 행사장소에 머무르며 기자들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몰려든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모두 성의껏 대답했다. 보통 대표이사 옆에서 수행하는 홍보팀 직원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아이코스와 히츠 실버가 눈에 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