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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거래소, 블록체인 적용 못해 보안사고로 설 자리 좁아져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8-06-11 15: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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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가 블록체인 기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각종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거래소가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거래소 자체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등 취약점을 보완하고 제도권으로 편입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중앙집권적’ 가상화폐 거래소, 각종 보안사고로 입지 좁아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말만 블록체인을 강조하고 실제 가상화폐 거래과정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거래소, 블록체인 적용 못해 보안사고로 설 자리 좁아져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가상화폐 거래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이더리움과 라이트코인, 리플, 비트코인의 모형주화. < Pixbay>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만들어진 가상화폐의 거래를 중개하는 '중간고리' 역할만 하고 있는 셈이다.

가상화폐를 시장에서 거래하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고도의 분산방식을 사용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는 거래를 주관하는 중앙집중식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다. 

거래 속도를 끌어올리고 거래 과정에 책임을 질 주체를 정하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식 방법이 불가피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100% 탈중앙화된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아직 기술적으로 어렵다.

블록체인이 기존 거래 시스템과 비교해 고도의 보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세조작과 해킹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상화폐 관련 사고 가운데 가상화폐를 생성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자체가 뚫리거나 조작된 사례는 거의 없다. 

발생한 사고들은 중앙집중식 구조를 지닌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 지갑에서 조작이 이뤄지거나 해커들이 거래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가상화폐 일부를 빼돌린 것들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를 만든 블록체인과 단순 중개업무만 다루고 있는 거래소를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집중의 지위를 갖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이익집단화되면서 오히려 블록체인의 장점으로 꼽히는 탈분권과 탈집중화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SDS와 LGCNS, SK텔레콤,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들은 자체적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와는 다른 개념으로 자체 플랫폼에서 ‘사적(Private) 블록체인’ 생태계를 꾸리는 방식이다.

◆ 가상화폐 거래소를 향한 규제,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될까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그동안 거래소를 향한 규제 강화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 목소리에 점차 힘이 빠지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블록체인 적용 못해 보안사고로 설 자리 좁아져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라며 두 개를 따로 떼어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가상화폐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잇달아 사고가 나면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하나의 법률이나 규제 등 한 가지 잣대로 바라보면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가상화폐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해지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은 기술 측면에서 접근하고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이나 재화로 바라봐 그에 맞는 제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자율규제안을 내놓고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동시에 정부에도 구체적 정책방향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정부의 블록체인 육성정책이 조기에 정립돼야 한다”며 “블록체인과 관련된 구체적 정책이 나와야 한국이 블록체인 개발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도 탈바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전한 가상화폐시장을 만들도록 앞장서고 블록체인 분야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해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기존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가상화폐 스타트업인 ‘써클’은 은행 자격 취득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미국의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증권사 등록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김지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가상화폐시장 선점을 위해 일부 국가에서 가상화폐 법제화는 상당히 진행됐다”며 “아직 초기인 가상화폐시장에 극단적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법제화를 통해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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