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6-10 17: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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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 상승 속도를 추가적으로 늦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최근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다 주요 산유국 사이의 증산 논의가 진행되면서 다시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석유수출국기구로서는 이런 흐름을 더 안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상승 속도를 추가적으로 늦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던 유가는 주요 산유국 사이의 증산 논의가 진행되면서 다시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석유수출국기구로서는 이런 흐름을 더 안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0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는 22일 정기총회를 열고 국제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안을 논의한다.
증권업계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자는 논의를 통해 국제유가의 상승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으로 바라본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1.63%(배럴당 1.09달러) 떨어졌다.
이런 가격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는 4월 초부터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급등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의 목표가 ‘국제유가 상승’에서 ‘안정적 국제유가 수준’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줄면서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산유국들은 현재 국제유가 수준이 유지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 상황을 겪은 뒤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를 바꾸려 힘쓰고 있는데 원유 의존도를 줄이려면 역설적으로 현재의 고유가 수준이 유지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산유국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시절에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다른 산업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산유국들은 다른 산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고 파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원유 수출국들은 2014년 말부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재정이 나빠졌다.
나라별 2000~2014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를 2015년과 비교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7.3%에서 –15.8%, 오만은 8.0%에서 –15.9%, 아랍에미리트는 7.3%에서 –3.4%, 바레인은 –0.9%에서 –18.4%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세계 원유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의 주도권을 위협하는 것도 석유수출국기구가 증산을 논의하는 주된 요인이다.
미국은 8일 기준으로 원유 시추기 수를 2015년 이후 최대치인 862기까지 늘렸다. 원유 생산량도 5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하루 1080만 배럴이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유 생산량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일(Oil) 2018’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까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분이 석유수출국기구 외 국가들의 원유 수요 증가량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앞으로 4~5년 동안 늘어2020년에도 최고점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조만간 세계 1위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과 이라크 등 일부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증산 논의를 반대하는 점은 변수다.
호세인 카젬푸 아데빌리 이란 석유수출국기구 위원은 6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비공식적으로 증산을 요구한 것을 놓고 “60년 역사를 지닌 석유수출국기구를 모욕하는 건방진 요구”라며 ”석유수출국기구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르 알 루아이비 이라크 석유부 장관도 7일 “현재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고 국제유가도 좋은 상태”라며 ”석유수출국기구 6월 총회에서 증산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