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와 마크 저커버스 페이스북 CEO가 개인정보 활용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쿡 CEO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페이스북이 사업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활용방식이 애플보다 소비자들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반박했다.

[오늘Who] 팀 쿡과 저커버그 '개인정보' 설전, 대선후보 전초전인가

▲ 팀 쿡 애플 CEO(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쿡과 저커버그 모두 머지 않아 정계에 입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지고 있어 기업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두 사람의 논쟁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쿡 CEO는 4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애플은 한 번도 개인정보를 사업에 활용한 적이 없다"며 "오직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만 개인정보가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3일 "페이스북이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업체에 사용자 개인정보를 공유해 제품 개발에 활용하도록 했다"는 보도를 내놓자 이를 직접 반박한 것이다.

쿡 CEO는 페이스북 정보 유출 논란이 처음 벌어졌을 때도 애플과 페이스북은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애플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을 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과 같은 IT기업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려면 개인정보를 통해 돈을 버는 사업모델을 바꿔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쿡 CEO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는 엄격한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2016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아이폰 사용자 개인정보 제공 요구를 거절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쿡 CEO는 당시에도 개인정보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쿡 CEO는 이를 계기로 미국 정치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유력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애플 CEO에 올라 스스로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등 진보적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관련해 곤욕을 겪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근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 앱 개발사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며 어려움을 치렀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집단 탈퇴 운동을 벌였고 저커버그 CEO는 미국 국회 청문회에서 질타를 받았다.

저커버그 CEO는 사용자들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대책을 약속했지만 맞춤형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활용에 의존을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복스와 인터뷰에서 쿡 CEO의 주장에 대해 "페이스북의 사업방식은 돈을 내지 않는 사용자에도 최대한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광고 기반 수익모델은 필수"라며 반박했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CEO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 벌이고 있는 설전은 IT기업들 사이 경쟁이라기보다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에 더 가깝게 비춰지고 있다.

쿡 CEO는 이미 잠재적 대선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저커버그 CEO 역시 이전부터 꾸준히 미래의 미국 대선 후보로 꼽힌다.  미국 CNBC 등은 당장 2020년 대선부터 저커버그 CEO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때문에 쿡 CEO와 저커버그 CEO의 개인정보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정치적 이념 대결로 해석하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개인정보 활용을 둘러싼 문제는 미국에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저커버그 CEO의 국회 청문회를 계기로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주요 이슈가 됐다.

쿡 CEO와 저커버그 CEO가 현재 진행중인 개인정보 관련 설전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향후 이들이 정계 진출을 시도할 때 중요한 평가요소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쿡 CEO는 최근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정책과 보호무역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공식석상에서 정치적 견해를 자주 밝히고 있다.

저커버그 CEO도 2017년부터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치적으로 보이는 행보도 시작했다.

그는 2017년 아내 프리실라 챈과 함께 설립한 공익 재단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맡았던 데이비드 플루프를 채용했다. 이어 여론조사 전문가 조엘 베넨슨도 이 재단에 합류했다.

뉴욕타임스는 "저커버그 CEO는 분명히 정치적 캠페인처럼 보이는 행보를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다"며 "주목할 만한 잠재적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