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 부부가 법정에서 회삿돈 50억 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배임 혐의를 놓고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과 김 대표 부부는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횡령부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 |
두 사람은 “배임과 관련해 사실관계는 다투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회사에 경제적 부담을 주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 사실관계를 감안하면 배임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행 경위를 놓고 공소사실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양형과 관련해 유리한 사정이 있는 만큼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배임죄를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충분한 소명 기회를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 회장과 김 사장 부부는 2008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양식품에 포장지와 식품재료를 납품하는 계열사가 있음에도 두 사람이 세운 페이퍼컴퍼니가 납품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삼양식품에 납품하지 않고 대금을 받았으며 그 대금은 두 사람에게 흘러간 것으로 검찰이 바라봤다.
김 사장은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일한 것처럼 가장해 매달 월급 4천만 원을 챙기고 회삿돈을 자택 수리비나 전 회장의 자동차리스비 등에 쓴 것으로 파악했다.
전 회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전 회장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삼양식품 계열사인 한 외식업체가 영업이 부진해 변제능력이 없는 상태인데도 채권 확보나 자금 지원 가능성 여부 등을 검토하지 않고 29억5천만 원을 빌리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계열사는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손해를 봤다.
오너일가의 경영비리 의혹을 놓고 첫 공판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삼양식품 주가는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1일 삼양식품 주가는 전날보다 10.89% 오른 11만2천 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 때 전날보다 12.38% 상승한 11만3500원을 보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