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D램업황이 SK하이닉스의 향후 시설 투자 전략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업황 흐름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며 "경쟁사의 공장 증설을 자극하거나 보수적 전략을 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D램업황 주도권은 삼성전자 아닌 SK하이닉스에 달려

▲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증설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만 SK하이닉스는 조금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가 안정적 반도체업황을 바탕으로 출하량을 늘리며 이익을 확대하는 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전체 실적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외형 성장을 추진하려면 D램 공장을 증설해 출하량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가 50%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하는 한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격차가 크지 않은 점도 SK하이닉스가 우위 확보를 노려 공격적 증설에 나설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출하량 확대보다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투자를 집중하며 소극적 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공격적으로 D램 공장을 증설한다면 점유율을 단기간에 크게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도 생산라인을 대폭 증설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에 참여한 뒤 향후 사업자금을 지원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D램에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전 세계 D램업황은 결국 업체들이 출하량 성장을 꾀하는 욕심과 가격 하락을 피하려는 마찰 과정에서 결정된다"며 "SK하이닉스가 공장 증설로 삼성전자를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