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이후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사업은 올해도 호황이 예상되고 스마트폰사업도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적과 배당확대 등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올리는 곳도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이후 실적을 지켜봐야 삼성전자가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회복했는지 알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 삼성전자 ‘깜짝실적’에 증권가 ‘호평’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9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해 전망치를 뛰어넘은 좋은 실적이라는 긍정적 분석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1분기 5조원 영업이익 지킬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매출이 52조원, 영업이익이 5조2천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9.59%, 영업이익은 28.08% 늘어난 금액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LCD패널 가격이 안정됐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개선됐다”며 “걱정이 컸던 IM사업부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반도체사업부가 이번에도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고 본다.

부문별 영업이익 추정치는 반도체사업부가 2조8천억 원,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이 1조8천억 원, 소비자가전(CE)부문과 디스플레이사업부가 각각 4천억 원과 2천억 원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BS투자증권은 실적발표 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적은 지난해 3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최근 삼성전자가 강한 주주우호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가는 상승 흐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2조원에서 24조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휴대폰이 바닥을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주가에 반영되지 않던 반도체의 강세가 주가상승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1분기 및 올해 전망 ‘낙관론’ 지배적

증권사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다. 성수기 효과가 끝났기 때문에 지난해 4분기처럼 큰 폭의 실적개선을 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메모리반도체의 완만한 가격하락, 패널수요 둔화 등으로 1분기 실적은 직전분기 대비해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9900억 원과 4조96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도 영업이익 5조원 대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한 곳도 다수 있다. IBK와 NH, 신한금융, 삼성, 미래에셋 등은 4분기와 비슷한 5조2천억 원 안팎의 예상 영업이익을 제시했다.

HMC투자증권은 6조원에 가까운 5조9천억 원을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IM부문을 비롯해 시스템LSI사업부 실적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해 지난해보다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승우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지난해 실적쇼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서서히 회복하고 있고 적자를 냈던 시스템LSI의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2015년은 우려보다 기대감이 더 큰 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사업, 1분기 고비 넘겨야 한다

삼성전자 올해 실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스마트폰사업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실적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스마트폰사업의 부활이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1분기 5조원 영업이익 지킬까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시장의 관심은 오는 3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집중돼있다. 전작 갤럭시S5의 부진을 만회하고 다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노근창 연구원은 “갤럭시S6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지만 애플 아이폰6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시점”이라며 “삼성전자의 실적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1분기다. 갤럭시노트4의 신제품 효과가 끝나고 있는데다 갤럭시S6의 실적은 2분기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1분기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 공백을 갤럭시A와 갤럭시E 시리즈 등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메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공에 따라 1분기와 올해 전체 스마트폰 실적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IM부문 실적 증가는 출하량 증가보다 비용구조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가 경쟁력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곧 출시될 중저가 스마트폰을 통해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