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정세균, 개헌 불씨 호소하며 국회의장 물러나 백의종군

정세균 국회의장이 자신의 별명인 세균맨 인형을 선물 받은뒷자리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016년 6월 국회의장에 선출된 뒤 2년의 임기를 마쳤다.

정권교체에도 줄곧 여소야대였던 20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발자국을 남겼으나 여야 대치 속에 공전도 잦았다. 그만큼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는 다사다난했다.

정 의장은 2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제 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며 “진정한 의회주의자, 품격있는 정치인으로 역사 앞에 당당히 살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기업인 출신의 6선 의원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이 국회의장에 오르자 국회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기대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 됐다. 정 의장이 이끈 전반기 20대 국회는 성과도 컸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20대 국회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 의장도 탄핵을 전반기 국회의 가장 큰 사건으로 꼽았다.

정 의장은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해 헌정 중단과 국정 공백 없이 새 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됐다”며 “입법부로서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 정 의장은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제한, 국회 증인 채택 관행 개선 등을 통해 국회를 향한 국민의 신뢰 회복에 힘썼다.

국회가 장기 파행되자 4월에는 책임을 느낀다며 세비를 반납했고 김기식 전 의원의 국외출장이 문제가 되자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는 의원 국외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며 국회 운영을 원활히 하려 했으나 정권 교체기의 심한 갈등 속에 국회는 파행을 일삼았다.

국회의 핵심기능인 입법 실적만 놓고 봐도 잘 드러난다. 27일까지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7%로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32%)에 미치지 못했다. 1만 건 가까운 법안이 처리를 기다리며 계류돼 있다.

심지어 정 의장의 후임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국회는 사상 초유의 수장 공백을 맞게 될 위기에 놓여있다. 국회법에 따라 정 의장 임기 만료 5일 전까지 새 의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여야는 의장 선출 일정조차 정하지 못했다.

국회는 6월 개헌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여야는 헌법개정특위를 만들고 개헌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개헌안을 도출하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야당 불참으로 투표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치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이자 입법부 수장으로서 여러 차례 개헌을 독려해온 정 의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정 의장은 개헌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치권에 호소했다. 그는 대통령 개헌안 처리가 무산된 24일 본회의에서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시간도 없다”며 “임기 중 개헌이라는 옥동자를 못 봤지만 올해 개헌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