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권오준(왼쪽) 포스코 회장과 홍기택(오른쪽) KDB산업은행 은행장 겸 KDB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
동부그룹 자산매각을 놓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홍기택 산업은행장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7일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제안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6일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포스코에 타진 중이라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이에 동부제철 주가가 오르는 등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수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자 포스코 측에서 입장 표명에 나섰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으며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의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수제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면서 “제안서가 들어온다면 타당성 등을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포스코는 동부제철 매각이 발표된 11월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아직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 전부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데는 이제 막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장을 지양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이는 정준양 회장 시절 진행된 무리한 인수합병이 포스코의 수익악화로 이어졌고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임자의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권 회장은 또 지난해 말부터 포스코 계열사 줄이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막대한 자금부담이 따르는 인수합병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공장은 냉연강판부터 아연도강판, 컬러강판까지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가 인수하면 냉연일관체계를 갖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동부발전당진 역시 포스코의 에너지 사업영역 확대에 적합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는 동부제철 패키지를 사도 문제고 안 사도 문제인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에 속도를 내고 싶은 눈치다.
투자금융 관계자는 동부제철패키지 매각과 관련해 “패키지 매각 추진은 산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 실적을 만들어내는 데만 급급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중국 바오산철강이 지속적 관심을 표명해왔다. 동부발전당진에도 관심을 보인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국내기술 유출과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어 이를 의식한 산업은행이 둘을 묶어 국내 기업에 매각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 제안은 자칫 정부를 등에 업은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포스코의 동부체절 패키지 인수설이 나오기에 앞서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이 인천공장을 떼 내 동부인천스틸을 설립한 것은 (SPC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SPC를 통한 매각이 유력한 것으로 보는 까닭은 조속한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앞서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SPC에 매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