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1979년 본점을 연 뒤 40년 가까이 국내 1위를 지켜왔다. 그런 탓에 안 그래도 보수적으로 소문난 백화점업계에서 더욱 ‘변화’보다 ‘안정’에 중점을 둔 전략을 펼쳐왔다.
▲ 이원준(왼쪽) 롯데그룹 유통BU장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그러나 지난해부터 외형보다 내실로 전략을 확실하게 트는 모양새다. 패션사업을 전담하는 법인 역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
2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33개인 롯데백화점 점포 수가 조만간 30개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안양점을 놓고 엔터식스패션쇼핑몰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고 인천점과 부평점 역시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청주에 있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청주점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2012년 청주에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영플라자 청주점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이에 앞서 1월 경영 효율화를 위해 6개 점포를 혁신점포로 선정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인력 재배치와 마케팅 방식을 디지털로 바꾸는 등 비용 절감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국내 백화점들은 온라인쇼핑의 발달과 1인가구 증가,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백화점들의 매출 규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9조 원대에 머물며 30조 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9조2천억 원으로 전년 29조9천억 원보다 뒷걸음질했다.
롯데백화점은 다른 백화점들보다 유독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계속 40%를 넘겼던 점유율은 지난해 39%대로 떨어졌다.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백화점은 고소득층이 주요 고객인 만큼 여러 유통채널 중에서도 가장 트렌드에 둔감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에 둔 보수적 채널”이라며 “롯데백화점은 특히 국내 1위 지위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해왔다는 점이 신세계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보다 보수적 전략을 취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퇴조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통 선진국으로 통하는 미국와 일본에서도 한참 전부터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의 유통기업 시어스는 올해 말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더해 모두 100여 개의 점포를 닫기로 했다. 2006년까지만 해도 3천여 개에 이르던 시어스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0여 개만 남아있다. 7월에는 시어스가 처음 영업을 시작했던 시카고에 남아있던 마지막 점포를 닫는다.
미국 메이시스백화점도 2016년 점포 100개를 닫는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백화점의 20%가 사라졌다.
롯데쇼핑은 점포 효율화와 함께 패션사업을 전담하는 통합법인을 만들고 게임에 특화된 전문관을 열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롯데쇼핑은 글로벌패션사업부문을 분사해 자회사 엔씨에프와 통합하기로 했다. 최근 유통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게임 관련 콘텐츠를 파는 전문관을 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