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을 앞두고 미래에셋그룹과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을 겨냥해 그룹 차원의 위험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 주재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위한 모범규준이 7월에 적용되는 것을 앞두고 각 금융그룹 경영진에게 그룹 차원의 통합위험관리체계를 점검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금융위원회는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모범규준 형태로 도입하고 올해 안에 통합감독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2019년부터 통합감독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은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롯데그룹, 교보그룹, DB그룹, 미래에셋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7곳이이다.

금감원은 이날 그룹 리스크의 주요 유형 6가지를 소개했다.

자본의 적정성 측면에서는 그룹 사이 교차출자, 차입자금을 통한 자본확충, 자본의 이전 가능성 등이 꼽혔다.

‘자본의 이전 가능성’은 모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적고 외부주주 비중이 높을 때 자회사에 위험이 발생해도 자본의 신속한 재배분이 곤란한 사항을 뜻한다.

위험 관리의 적정성 측면에서는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와 부외계정 투자 등이 제시됐다. 

‘부외계정 투자’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모회사의 재무제표에 특수목적법인의 부채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액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금융계열사를 통한 비금융계열사 지원이 위험 유형으로 꼽혔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특정 금융그룹을 겨냥해 사례를 든 것은 아니지만 뜨끔한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6가지 유형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많은 3가지에 해당됐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자사주 맞교환(그룹간 교차출자),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대우 출자(차입자금을 통한 자본확충), 미래에셋대우 및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부외계정 투자) 등이다. 미래에셋생명의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내부거래 의존도 과다)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금융계열사를 통한 계열사 지원)와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사 변액보험 위탁(내부거래 의존도 과다) 등이 문제로 꼽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할부판매 물량 의존과 현대커머스의 현대차라이프생명 퇴직연금 가입 등(내부거래 의존도 과다)이 꼽혔고 롯데그룹도 롯데카드 전체 결제액의 30%, 영업 이익의 15%가 계열사 거래 관계에서 발생되는 것(내부거래 의존도 과다)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대표회사의 권한 수준을 정하고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그룹 위험관리협의회 설치, 그룹 위험관리 전담조직 설치 등을 권고했다.

유 대행은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계열사간 출자, 과도한 위험집중 등 금융그룹이 직면한 다양한 리스크는 금융그룹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법제화 이전이라도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도록 금융그룹들이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