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숫자 이상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  

가장 최근 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에 비춰보면 가족 사이의 정이나 사회적 교훈, 시사점이 흥행의 요인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줄거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연출도 빠져서는 안된다. 
 
[오늘Who] 김도수의 안목, 올해도 쇼박스 '천만영화' 축포 쏠까

▲ 김도수 쇼박스 공동대표이사.


여기에 개봉 타이밍까지 맞아줘야 겨우 천만 영화가 나올까 말까 한다.

쇼박스는 2015년과 2017년 ‘암살’과 ‘택시운전사’로 각각 1천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2016년에는 ‘검사외전’으로 971만 명을 동원해 천만에 거의 다가섰다.

쇼박스의 영화를 고르는 안목과 개봉시기를 조율하는 전략이 합쳐져 빛을 냈던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흥행하는 데 작품 자체의 완성도 만큼이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도수 쇼박스 공동대표이사는 지난해 한 영화매체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개봉하기에 앞서 ‘작품의 본질적 가치가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시기를 먼저 고려한다”며 “이 때문에 종종 여름이나 겨울에 영화를 선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쇼박스는 최근 국내 영화배급사 가운데 최고의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쇼박스는 2015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연속으로 100억 원대 수익을 남긴 데다 2012년 이후 한국영화 4대 배급사 가운데 편당 관객 수 1위를 무려 4번이나 차지했다”며 “지식재산권을 선별하는 안목이 뛰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쇼박스가 만들어 낸 영화 대부분이 김 대표의 손을 거쳤다.

김 대표는 2007년 쇼박스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뒤 콘텐츠기획팀장, 한국영화팀장을 거쳐 2014년 영화제작투자본부장을 맡아왔다. 3월30일 쇼박스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영화사업을 이끌고 있다.

쇼박스는 김 대표를 선임하면서 “김 대표는 마케팅부터 투자, 제작까지 모든 영역에 걸친 영화사업전문가로 탁월한 기획역량을 갖췄다”며 “그동안 쇼박스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돼 영화부문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쇼박스 대표에 오르면서 올해 내실있는 투자와 기획에 집중해 쇼박스를 일궈내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쇼박스는 올해 안에 마약왕, 돈, 암수살인, 뺑반, 성난황소 등 5편 이상의 상업영화를 개봉한다. 곤지암과 같은 저예산 영화에 속하는 ‘미성년’도 개봉한다.

마약왕과 뺑반에는 모두 총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마약왕은 우민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씨가 주연을 맡은 범죄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1970년대 한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자 마약계 최고 권력자로 시대를 풍미한 이두심의 이야기를 담았다.

뺑반은 한준희 감독과 배우 공효진, 류준열이 주연을 맡은 범죄 액션 영화다. 뺑반은 뺑소니 사고 조사반으로 좌천된 두 형사가 광기어린 레이서를 잡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영화적 콘텐츠’를 내놓는 데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영화적 콘텐츠란 영화관에서 볼 수밖에 없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업계에서 통칭하는 말이다.  

최근에 개봉한 쇼박스의 저예산 영화 ‘곤지암’은 관객 수 260만 명을 모으면서 손익분기점의 3배를 넘겼다. 곤지암은 “영화를 보다가 팝콘을 내던지고 눈과 귀를 가려야할 정도로 무섭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호기심 많은 관객의 발걸음을 더욱 부추겼다. 

지금까지 한국영화 가운데 천만을 넘긴 영화는 모두 16편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관객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영화 보는 안목과 기획력은 수많은 관객을 스크린 앞에 불러앉혔다.

그가 쇼박스 대표를 맡은 올해 과연 17번째 천만 영화의 축포를 쏘아올릴까?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