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씨가 ‘동지’에서 ‘존경받는 여사’로 북한에서 입지가 높아졌다.

리설주씨는 최고통치자 부인으로 자리매김하며 북한이 서방나라와 똑같은 ‘정상국가’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늘Who] 리설주, 김정은 연출의 '정상국가'에서 가장 빛나는 주연

▲ 리설주씨는 14일 당과 정부 간부들과 함께 중국예술단의 지젤 공연을 관람했다. <뉴시스>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방송은 14일 ‘리설주 여사, 당과 정부 간부들과 함께 중국 예술단의 공연 관람’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방송은 이례적으로 리설주씨에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고 최초로 리씨의 단독활동을 알렸다.

북한은 부부동반으로 진행되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리씨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어떤 것도 우연이 아니다”며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한 가지 이유를 위해 연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한가지 이유란 북한을 '정상국가'로서 위상정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리설주씨가 새로운 차원의 존경을 받고 있다”며 “은둔국가의 권력구조가 진화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부부동반으로 이뤄지는 서방국가의 외교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세계적으로 정상국가임을 인정받기 위해 힘쓰고 있는 셈이다.  

스탠거론 선임연구원은 “리설주씨의 위상이 진화한 것은 김씨 일가의 위상 강화 뿐 아니라 북한정권을 향한 국제적 인식 변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리설주씨의 새 호칭(여사)은 그가 좀 더 서구식 규범에 속하게 해 오랜 공산주의의 자취를 없애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리씨의 위상 강화는 올해 2월부터 예고됐다.

리씨는 과거 ‘동지’라 불렸지만 2월부터 한 단계 상승한 ‘여사’ 호칭을 받고 있다. 3월 리씨는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최고통치자 부인 외교’의 정석대로 행동하기도 했다.

리씨는 3월 대북특사단 만찬에 김 위원장과 함께 해 김 위원장을 ‘남편’이라고 불렀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도 있다. 북한에서는 파격적 일로서 '최고통치자 부인'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이었을 것으로 해석됐다. 

공식석상에서 서구식 옷차림을 했다는 점도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알리는 신호로 읽혔다. 그는 보라색, 분홍색, 흰색 등 화사한 양장으로 북한의 세대교체를 상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씨는 북한에서 40여 년만에 처음으로 ‘여사’ 호칭을 살려냈다.  

그 전에 북한 방송이 ‘여사’라는 표현을 쓴 것은 1970년대 김일성 위원장의 부인 김성애씨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국무위원장들의 부인에게 모두 ‘동지’라는 호칭이 사용됐다.

리씨는 1989년생으로 북한 소학교를 마치고 예술전문학교인 금성 제2고등중학교, 금성 제1고 등에서 공부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모란봉중창단'에 발탁돼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에서 활동하다가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과 2009년 결혼했으며 슬하에 자녀가 셋이라고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