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이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내운명’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함께 놀러가 고기도 구워주고 생일 이벤트도 마련해주는 이 후보 모습은 매우 자상했다. ‘지나치게 강하다’고 평가받던 그의 이미지는 덕분에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17일 열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전해철 예비후보는 트위터의 혜경궁 김씨(@08_hkkim) 계정을 두고 “이 계정이 이 후보의 가족하고 관련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 후보께서 저와 고발을 함께 하시면 의혹을 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후보가 "피해 사실이 없다"며 거부하자 전 예비후보는 "피해자가 아니어서 고발하지 않겠다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얘기"라고 공세를 펼쳤다.
지관근 성남시장 예비후보도 17일 성남시 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혜경궁 김씨 계정을 부인 김혜경씨가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재명 후보는 후보 사퇴는 물론 제명을 포함한 당 차원의 징계와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며 공격했다.
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성남시 의원이다. 이 후보와 긴 시간 함께 일해왔기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네티즌들도 ‘네티즌 수사대’를 자처하며 혜경궁 김씨와 관련된 의혹을 파고들고 있다.
13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혜경궁 김씨와 김씨의 이메일 주소를 추적한 결과 두 메일주소가 일치한다는 내용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메일 주소를 포털사이트 다음의 '비밀번호 찾기' 메뉴에 입력하면 뜨는 아이디 주인의 휴대전화 번호가 김씨의 실제 번호와 유사하다는 댓글도 달렸다.
이 후보는 논란이 불붙자 “혜경궁 김씨는 내 아내가 아니다”며 여러 차례 반박했다. 법률자문단은 16일 27개 항목에 걸친 반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메일 주소의 유사성 등 핵심적 의혹을 풀 만한 답변은 거의 없이 '내 아내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며 근본적 의문을 회피하는 내용이 상당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 의혹을 둘러싼 답변은 "(혜경궁 김씨가) 가족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재명 후보의 졸업사진을 이 후보 본인보다 더 빨리 게재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에 "(혜경궁 김씨는) 김혜경씨가 카스에 올린 사진을 받아 게재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 후보는 후보자 토론회에서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의 문제를 확실히 짚어야 한다"며 "혜경궁 김씨 논란을 이번에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이 후보의 정치 인생을 계속해서 따라다닐 수밖에 없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뒤 이 후보 이미지가 좋아진 가장 큰 이유는 ‘화 잘내는 아저씨’인줄만 알았던 이 후보에게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부드러운 남편'의 면모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뿐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를 어떻게 보호하는지도 유권자들은 눈여겨 보고 있는 것 같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