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일부 다가구·다세대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적용기준을 바꿨다가 시행을 뒤로 미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주택 고객의 전기요금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어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공동설비와 관련한 일반용 전기요금 적용 시행을 유보한다”며 “다가구·다세대주택 고객들의 요금부담이 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뒤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정상화 차원에서 3월18일부터 ‘필수사용량 공제제도’를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공동설비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필수사용량 공제는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면서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분을 보전해 주기 위해 가구당 월 최대 4천 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필수사용량 공제제도는 주거용에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동안 공동설비인 비주거용에도 적용돼 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동시에 이전보다 기준을 강화해 비거주용 시설의 계약전력이 3kW를 넘으면 주택용 대신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전기요금은 크게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거용과 복도등이나 엘리베이터 등 공동설비에 사용하는 비주거용으로 나뉘는데 기본적으로 주거용은 주택용 전기요금, 비주거용은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는다.
주택용은 일반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전기요금 적용기준이 바뀌면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전기요금이 일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17일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늘려 한국전력의 실적악화를 막는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한국전력은 곧바로 제도 시행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탈원전과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며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수차례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택 거주자의 전기요금을 늘리는 방안을 유보한 만큼 전기요금 개편은 결국 산업용에 집중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을 검토하며 경부하 요금개편, 산업용 누진제 도입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은 한국전력이 판매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조금만 손 봐도 주택용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전력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국전력의 전력판매량 가운데 산업용은 56.3%, 일반용은 21.9%, 주택용은 13.5%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