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스팀청소기 신화' 한경희, 스팀다리미로 재기 도전

▲ 한경희 한경희 생활과학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듀오스팀 등 신제품 시연을 하고 있다.<뉴시스> 

"생활이 아이디어 보고다."

‘스팀청소기’ 아이디어 하나로 벤처신화를 쓴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가 재기를 위한 출발선에 섰다. 이번에는 세탁소 다리미급 고압력을 지닌 ‘스팀다리미’이다.

한경희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고압 스팀다리미 '듀오스팀'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3월 법정관리를 4개월 만에 조기 졸업한 뒤 내놓은 첫 제품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듀오스팀은 세탁소 다리미만큼 강력한 스팀분사력으로 구김을 손쉽게 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렌탈시장에도 진출한다. 한 대표는 회사가 위기에 빠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나친 홈쇼핑 의존을 꼽고 있는데 렌탈 등 직접판매를 통해 유통채널을 다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월까지 500여 명의 영업조직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이번 신제품의 매출 목표를 500억~6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앞으로 10년 동안 남은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데 한 대표는 "70억~80억 원 정도가 남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경희 대표는 한때 벤처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스팀청소기로 매출이 1천억 원에 이르는 강소기업을 일궈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법정관리의 늪에 빠졌다.

한 대표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2년 동안 홍보업무를 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고 호텔, 부동산 컨설팅 회사, 무역회사 등에서 일했다. 

고국으로 돌아와 1996년 결혼한 뒤에는 5급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교육부 행정사무관이 됐다. 하지만 3년 만에 공무원을 그만두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남편과 가사분담 문제로 고민하다 ‘‘편하게 서서 대걸레질을 하면서도 뜨거운 스팀으로 살균까지 해준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집을 담보로 잡혀가며 스팀청소기 개발에 수억 원을 투자했다. 회사 설립 첫 해에는 2억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사업자금을 거의 탕진하기도 했다. 

고생 끝에 2001년 스팀청소기 출시에 성공했다. 첫해 매출은 2억 원에 불과했지만 2002년부터 입소문을 타 그해 매출이 20억 원, 그 이듬해에는 40억 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스타 CEO 반열에 오르면서 2008년 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주목해야 하는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매출 975억 원을 올려 1천억 원 진입을 눈 앞에 뒀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경쟁제품들이 나오면서 스팀청소기가 정체기에 들어갔고 화장품이나 음식물처리기, 전기프라이팬 등 신사업에서도 별다른 성과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14년 120억 원을 투자해 과감하게 도전했던 미국 진출이 쓴맛을 보면서 경영난이 가속화됐다. 

지난해는 한 대표가 회사채를 발행한 뒤 8억 원가량를 가로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결국 무혐의 판단을 받았지만 이미지 추락은 피하지 못했다.

한 대표의 재기 가능성을 두고 업계에서는 아직 브랜드 파워가 남아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경쟁 제품이 많아진 데다 국내 렌탈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 동안 전 국민에게 죄를 지었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제품 개발은 게을리하지 않았던 만큼 혁신적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