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설 연구원장에 장관급 인사가?  
▲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신임원장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이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설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장으로 선임됐다.
 
‘시장경제의 이론적 파수꾼’이라고 불리는 한국경제연제연구원 원장에 관료 출신 장관급 인사가 선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권 원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19회로 공직에 들어갔다. 재정경제원 국제금융국장,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을 거쳐 2005년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200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대표부 대사,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끝으로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권 원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마지막 업무를 끝내고 페이스북에 “거안공간연구소장으로 복귀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집의 거실과 안방의 공간구조를 연구하는 실업자 소장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공직을 마무리하며 만감이 교차하고 자유를 만끽할 계획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자유시장, 자유기업, 자유경쟁’을 모토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초대회장으로 1981년 설립됐다.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을 연구하며 경제 및 산업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정책연구기관이다. 그러나 전경련 부설 연구기관이다 보니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연구소라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전경련 총회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에게 원장 선임권을 일임했고 이에 따라 권 전 국무조정실장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장은 주로 학계 출신들이 맡아온 만큼 재계는 예상 밖의 임명에 놀라는 눈치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대도 걸고 있다. 권 원장이 관료 출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대사를 지내는 등 경제부처에서 주로 활동해 온 만큼 무엇보다 대정부 채널 역할을 해주지 않겠냐고 기대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권 원장을 영입한 배경에도 이런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 원장은 뛰어난 친화력과 소통능력으로 마당발로 불리기도 한다.

전임 원장이었던 최병일 원장은 2년 임기글 마치고 이화여대로 복귀하기로 했다. 2011년 12월 한경원 원장으로 부임한 최 전 원장은 지난해 7월 전경련 제주포럼에서 "2분기에 1%대 경제성장을 했다고 좋아하는 공직자는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