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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젊은 여성이 지난 18일 호치민에 문을 연 롯데마트 떤빈점의 한국 중소기업 전용매장에서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
베트남이 국내 유통기업들에게 황금의 땅같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저렴하고 질좋은 노동력 때문에 생산기지로 각광받던 때에서 완전히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생산공장 두 곳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베트남 정부는 최근 베트남 휴대폰 부품업체들에게 납품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을 끌어들여 기간산업의 근간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국민들도 점차 소비력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들도 이를 놓치지 않고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소비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
◆ 베트남 생산기지 확장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베트남 정부와 합력해 기존의 생산기지를 넓히고 현지 부품업체를 지원하려 한다.
베트남 정부는 18일 자체 웹사이트에 현지업체들이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 있는 144종 부품목록을 공개했다.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업체들을 위해 삼성전자의 현지화 대상 품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19일 베트남에 1조4천억 원을 투자해 연간 1만여 대의 메탈케이스 생산라인을 자체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기간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베트남 부품업체들의 참여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협력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2009년부터 타이응옌성 옌빈공단에 연산 1억2천만 대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을 가동해 왔다. 올해 3월 박닝성 옌퐁공단에 비슷한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부품계열사들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삼성전기는 타이응엔성 옌빈공단에 12억3천만 달러를 들여 휴대폰 부품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박닝성에 10억 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부문계열사들은 베트남 투자규모를 올해 110억 달러에서 2017년 2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크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지난해 총 239억 달러에 이르는 휴대전화 부품을 베트남에서 조립해 수출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기업순위(VNR 500)에서 민간기업 페트로베트남에 이어 2위 자리에 올랐다.
베트남 정부도 삼성전자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의 2 공장에 대해 토지사용료 50%를 보조하고 법인세를 3년 동안 50% 감면하는 파격적 혜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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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0월 TV중심 소비자가전 호치민 복합단지 건설투자 승인서 전달 행사에서 응웬 푸 쫑 당 서기장과 악수하고 있다. |
◆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변신
베트남의 소비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유통이나 소비재기업들도 베트남에 거점을 확보하고 베트남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 지난 11일 베트남과 협상 28개월 만에 자유무역협정(FTA)를 타결했다. 전자제품을 비롯해 자동차와 화장품 등의 관세가 10년 안에 철폐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중요하지만 까다로운 제품 수출절차가 간소화한 점이 더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베트남 진출을 미루고 있던 국내기업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화장품 업체들도 세력확장에 나섰다. 베트남 사업여건이 유리해지면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베트남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미샤의 경우 베트남 매출이 지난해 108만 달러를 기록해 불과 2년 새 130% 성장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중국산 저가제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 한국산 소비재 판매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한국산 분유를 구매하려는 베트남 젊은 엄마들이 늘고 있다. 베트남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보육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한국의 8위 교역국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1%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동남아 지역 교역 증가율 15.9%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물론 베트남 현지에서 불만도 나온다. 베트남의 한 바이어는 “한국기업들은 일방적으로 가격을 크게 올리거나 경쟁사에 이중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현지 파트너와 상생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베트남은 왜 주목받는 소비시장이 됐나
베트남 시장은 최근 ‘포스트 차이나’ ‘미니 차이나’로 불리며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베트남 내수시장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베트남 인구는 9천만 명으로 한국의 두 배 수준이다. 이들 가운데 30대 초반의 젊은 층 인구가 무려 70%에 이른다. 베트남에 연간 1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어 곧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인건비는 중국 인건비의 절반 수준이다.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성도 글로벌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속속 들어가는 데 일조했다. 베트남의 젊은층은 글로벌기업에서 일하면서 소비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베트남의 젊은층들은 패션과 화장품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세계에서 소비욕구가 가장 높은 시장으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베트남은 중산층도 10년 새 2배로 불어났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베트남 중산층이 2020년 33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성장하는 베트남 중산층이 고급제품의 구매를 이끌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베트남은 전통시장이 전체 유통망의 80%를 차지했다”며 “하지만 앞으로 현대화한 매장을 선호하는 중산층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60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2100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년 동안 평균 6.13%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호치민 지부장은 “호치민의 경우 인구가 1500만 명 수준인데 이들의 1인당 소득은 5천 달러를 넘어섰다”며 “국내기업들도 베트남을 생산기지가 아닌 소비시장으로 보고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