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삼성전자 배당정책을 왜 바꿀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올해 배당 규모를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투자자들로부터 배당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다. 최근 정부도 삼성전자가 보유한 엄청난 현금을 배당을 통해 시장에 내놓으라며 압박했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주가도 크게 올랐다.

◆ 삼성전자, 배당 왜 늘리나

삼성전자는 주주 중시정책과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 배당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전년 대비 30~50% 수준의 배당 증대를 적극 검토중”이라며 “배당금액은 내년 1월 말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결정된 뒤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배당을 늘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90%(6만2천 원) 오른 132만8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움직임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주주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에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친주주정책을 계속 요구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국인 주주들은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았는데 이날 배당확대 소식이 들리자 다시 매수로 돌아섰다.

삼성전자가 정부의 배당확대 압박도 고려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내수경기 활성화와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에게 배당이나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쌓아두고 있는 현금을 풀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의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은 3분기 기준 168조6천억 원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며 “내년부터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시행됨에 따라 삼성전자도 정부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배당금 얼마나 늘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2조1570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번에 30~50%를 늘릴 경우 올해 현금배당 규모는 2조8040억~3조2355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주당 배당금으로 환산하면 보통주 기준으로 1만8590원에서 최대 2만1450원이 된다. 우선주는 1만8655원~2만1525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1년 8272억 원이던 현금배당 총액은 2012년 1조2066억 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2조 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시가배당률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2012년 0.5%였던 시가배당률은 지난해 1%로 높아졌다. 올해는 최대 1.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정기배당이 아닌 특별배당이라고 밝힌 만큼 배당확대가 계속 이어질지 좀 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 확대로 주가가 오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며 “이미 지난달 2조 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배당확대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간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배당확대를 계속 미루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배당확대로 얻을 이익보다 상속세 등으로 내야 할 세금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