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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
김준기 회장이 동부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분할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능하면 외국 업체한테도 팔겠다는 것인데 정부와 국내업계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13일 동부제철에 따르면 최근 이사회를 열어 인천공장을 물적분할해 동부인천스틸주식회사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동부제철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이 안건을 의결해 오는 5월1일 분할을 마무리한다. 동부제철은 “이번 물적분할로 경영효율성과 재무구조개선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 강화와 책임경영체제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분할이 완료되면 신설법인은 동부제철의 자산 9,856억900만 원을 토대로 4,197억9,400만 원의 부채를 부담하게 된다. 김창수 동부제철 경영지원실장과 이명구 동부제철 인천공장장, 이민호 동부제철 건재사업부장 등 3명이 분할설립법인의 사내이사로 구성된다.
◆ 동부그룹 자구안의 핵심인 인천공장 매각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지난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재무구조개선안의 핵심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융권으로 확산되던 유동성 위기설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놨다. 김 회장은 당시 임원회의에서 “주요 회사들에 대한 투자가 끝났기 때문에 이젠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반드시 졸업하자”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내놓은 자구안은 최대 3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천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1조 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 자산매각 등을 통해 당시 2조3,500억원인 동부제철 차입금을 올해까지 1조 원 밑으로 줄이고 내년에 9,000억원 아래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구안이 성공하면 지난해까지 269%에 달하던 동부제철의 부채비율은 올해 154%, 내년에 140%까지 떨어진다.
인천공장은 지난해 1조 2,47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동부제철 전체 매출의 37.4%를 차지했다. 특히 인천공장에서 생산되는 컬러강판은 강력한 브랜드 가치에 기반을 둬 시장지배력이 높다. 동부제철은 국내 컬러강판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인천공장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에서도 “공장 매각 이후 발생할 자산의 소유권 이전 등 복잡한 절차를 줄이기 위해 별도로 법인을 세워서 지분을 매각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 물적분할로 인천공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난항을 겪던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초까지 국내 철강회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아서 매각이 무산될 수 있었는데 매각을 위한 사전 절차가 이뤄져 뜻밖”이라고 말했다.
◆ 비용부담과 설비 노후화로 관심 없는 국내업계
하지만 김 회장의 이런 기대에 아직 걸림돌이 많다. 일단 국내 매각을 진행하지만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유니온스틸과 포스코가 인천공장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은 이미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도 인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관심을 끊었다.
국내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쏟지 않은 까닭은 높은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대다수 업체들은 최근 수년 동안 진행해온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했기에 1조 원이나 되는 지출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침체로 비용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장 인수는 무리한 투자가 될 수도 있다.
인천공장의 설비 노후화도 매각난항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천공장은 1989년 1차 설비합리화를 단행한 뒤 지금까지 20년 동안 가동중이다. 따라서 설비교체에 따른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동부제철 관계자가 “공장 노후화보다 컬러강판 생산 등 산업적 가치를 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인수할 기업 입장에선 비용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인천공장의 물류를 담당하던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이 패키지가 아닌 개별매각으로 진행되는 점도 인수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 해외매각은 업계와 정부 반대 때문에 난항
김 회장은 해외매각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수에 관심을 보인 중국 바오산철강그룹(이하 바오산)과 협상하는 것이다. 바오산은 중국 1위 철강회사로 지난해만 4,270만 톤을 생산한 세계 4위 철강기업이다.
바오산은 동부그룹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동부그룹 자산 매각 방식을 통매각에서 개별매각으로 바꾸면서 지속적으로 인천공장 인수의사를 밝혀왔다. 바오산은 지난해 12월부터 해외채권과 대출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왔다. 업계는 이를 인천공장 인수를 위한 실탄 확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바오산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천공장을 통해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철강회사들이 중국기업의 국내 진출에 대한 반대입장을 수차례 표명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제품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국기업이 인천공장을 인수한다면 국내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 제품은 2011년 전체 수입 중 44.1%였으나 지난해에는 비중이 50.8%까지 높아졌다. 만약 바오산이 인천공장을 인수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다면 국내 철강사들이 가격경쟁에서 더 큰 위협을 받게 된다.
정부도 기술유출을 우려해 시일이 걸리더라도 가능하면 국내 철강사가 인천공장을 인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 3곳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어 인천공장 매각에 따른 기술유출 문제를 논의했다. 오랜 역사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인천공장이 중국기업에 넘어갈 경우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