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검찰수사, 경찰 자살로 진퇴양난  
▲ 정윤회씨

‘정윤회 문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곤궁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검찰이 문건 유출의 유력 혐의자로 지목한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경위는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풀려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놓고 문건의 내용 사실 여부를 따지는 수사보다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하다 빚어진 불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 경위는 13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에서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손목을 자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를 입은 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 경위의 무릎 위에 노트 10여장이 있었다. 이 종이에 문건유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경위가 자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흔적이 없고 사인은 번개탄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며 “손목 자해 흔적도 직접적 사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경위는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지난 9일 체포됐다가 12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났다.

검찰은 최 경위가 청와대 문건을 언론사 기자나 대기업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등에게 유출한 핵심인물로 지목해 수사를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2월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경찰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보낸 짐에서 최 경위가 문건 100여건을 빼돌려 언론사 등에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만 확보했을 뿐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다 최 경위가 자살을 하면서 검찰수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 등의 요구에 따라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춰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최 경위가 중압감을 느껴 자살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장 야권은 검찰에 대해 문건 내용을 수사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데 대한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정치적 사건을 검찰이 범죄로 보고 수사하게 되면 검찰만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최 경위 자살이 알려진 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의 파문이 더욱 확산되면서 야당의 국회 차원의 조사에 여론의 힘이 실릴까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서면논평에서 "검찰은 청와대 문서유출과 관련된 사건을 철저하면서도 신속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정쟁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최 경위의 자실이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됐다"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 국민과 언론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