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과 '흥부' 포스터. |
문화계 전반에서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퍼지면서 영화 제작사들은 물론 투자배급을 맡은 회사들도 떨고 있다.
몇몇 영화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막을 올려보지도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배우 오달수씨가 출연한 영화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달수씨가 출연해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만 모두 4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중이 적은 ‘신과함께-인과 연’은 오씨의 촬영분을 모두 삭제하고 대체 배우를 투입해 다시 촬영하기로 했다.
신과함께2는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쇼핑)가 배급하고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의 재촬영이 확정됐다”며 “새로운 배우나 촬영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과함께는 한국영화 가운데 이례적으로 1편과 2편이 동시에 제작됐다. 세트제작과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씨의 성추문으로 재촬영에 들어가면서 제작비를 줄인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신과함께2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함께-죄와 벌의 후속작이다. 올해 여름에 개봉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전면 재촬영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는 현재 문화계 전반에 불고 있는 미투운동의 파급력이 워낙 큰 데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영화 ‘흥부’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흥부의 개봉을 앞두고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과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흥부 제작사인 발렌타인필름은 조 감독의 성추행 소식을 접하고 조 감독을 영화 홍보일정에서 배제했다.
흥부는 2월14일 개봉했는데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가 41만4천여 명에 그친다. 실시간 예매율 역시 2일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0.4%밖에 되지 않는다.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개봉한 데다 김주혁씨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던 영화치고 성적표가 매우 초라하다.
신과함께2 외에 오달수씨가 출연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컨트롤’, ‘이웃사촌’ 등의 영화는 개봉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오씨가 주연급으로 출연해 신과함께2처럼 전면 재촬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더타워픽쳐스가 제작을,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배급을 맡았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2016년 ‘곡성’, 2017년 ‘대립군’을 선보였는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선택한 여섯 번째 한국영화다.
이웃사촌은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신작이다. 제작은 시네마허브가 담당했고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한다. 7번방의 선물이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만큼 기대를 모았으나 개봉을 장담하기 어렵다.
컨트롤은 한장혁 감독이 연출을, 위드인픽쳐스가 제작을 맡았다. 나머지 영화와 다리 배급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쇼박스가 선보인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영화에도 오달수씨가 출연했다.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은 2월8일 개봉했는데 지금까지 243만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한 지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초반 기세가 등등했지만 기세가 금방 꺾였다.
전작인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6천여 명),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387만2천여 명)과 비교해도 성적표가 한참 떨어진다.
당장 미투운동에 거론되지 않은 영화들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계의 오랜 관행으로 볼 때 지금까지 알려진 성추문은 '빙산의 일각'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제작사가 출연 배우들에게 성추문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보고 확인받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