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링 대표팀이 28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 김민정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은 왼쪽에서 3번째, 그 옆이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딸인 김민정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이 징계대상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일궈낸 주역으로 꼽힌다.
28일 대한체육회와 대한컬링경기연맹(컬링연맹)에 따르면 김민정 감독과 김경두 전 부회장이 징계 위기에 놓였다.
김민정 감독은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가 퇴장명령을 받은 것과 관련해 징계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감독은 상대팀에 연습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지난해 컬링연맹 전임 회장이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으로 직무정지되면서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후 ‘60일 내에 새 회장 선거를 치르라’는 대한체육회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를 앞두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당시 회장을 다시 뽑는 과정이 복잡하니 올림픽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장 자리가 비면서 컬링연맹은 정관에 따라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자체 운영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컬링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컬링연맹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경상북도체육회 도움으로 겨우 올림픽에 출전했다. 김민정 감독은 25일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고 평창올림픽 준비까지 제일 힘들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부회장 역시 올림픽 AD카드(출입승인카드)를 받지 못해 매 경기마다 티켓을 사서 입장했다.
김 전 부회장은 국내에서 컬링을 처음 개척한 주역으로 컬링 국가대표팀의 멘토와 다름없다. 여자 컬링 대표팀인 '팀 킴'은 김 전 부회장이 설립을 주도한 의성컬링훈련원에서 처음 컬링에 입문했다.
김 전 부회장은 레슬링 선수 출신인데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컬링을 알게 됐다. 당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종목을 국내에 도입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 교수 시절 캐나다에서 생소했던 컬링 기술과 선수 육성법을 배워 귀국했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나라에는 컬링장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설득한 끝에 고향인 의성에서 그의 은사였던 정해걸 당시 의성 군수의 지원을 받아 의성컬링훈련원를 세웠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결승전 직후 감사의 인사를 가장 먼저 전한 이도 김 전 부회장이다. 28일에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팀 킴의 아버지 김경두 교수님께 감사 인사 타임"이라고 적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만큼 컬링연맹은 징계에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회장과 김 감독에 대한 1차 징계는 컬링연맹 관리위원들이 결정한다. 징계 결과에 이의가 제기되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재심을 연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