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3대 부문 체제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던 무선사업부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무선과 가전으로 나눠 운영해 온 미국법인은 하나로 통합됐다. 의료기기사업부는 이번 개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기라는 점을 고려해 급속한 변화보다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 안정기조 속 조직 효율화에 초점

삼성전자는 10일 ‘2015년 정기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안정과 효율 중시 삼성전자 조직개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3명의 대표이사가 각각 IT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품(DS)의 3대 부문을 독립적으로 이끄는 현 사업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현장조직을 강화하고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폭의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콘텐츠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와 기업간거래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B2B센터를 사업조직 안으로 배치한 점이다.

삼성전자는 미디어솔루션센터를 재편해 무선 관련 조직은 무선사업부로, 빅데이터센터는 전사 조직인 소프트웨어센터로 넘겼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디어솔루션센터아메리카(MSCA)는 북미총괄로 이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솔루션센터는 2008년 설립 이후 삼성북스 등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내놨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B2B센터에 대한 재편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업 실행기능은 무선사업부가, 전략기능은 글로벌마케팅실이 앞으로 전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시장 대응력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현장 중심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런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며 “B2B사업을 무선사업부로 이관한 것은 모바일 B2B 일류화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IM부문, 신종균 중심 조직으로 슬림화

무선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업계는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IM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75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줄어든 부진한 실적이다.

이에 따라 사장단과 임원 인사처럼 신상필벌에 입각한 삼성식 인사가 조직개편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실적부진의 진원지인 무선사업부는 대규모 인력감축이나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무선사업부는 이번에 미디어솔루션센터와 글로벌B2B센터 일부 조직을 흡수하면서 예년과 비슷한 조직규모를 유지하게 됐다.

  이재용, 안정과 효율 중시 삼성전자 조직개편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이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을 유임한 인사에서 드러났듯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위적 물갈이 인사를 실시하기보다 무선사업부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후속인사를 통해 사장단 인사에서 물러난 IM부문 소속 사장 세 명의 자리가 부사장급으로 채워지면서 결재라인이 신 사장 중심으로 단일화됐다.

김석필 부사장은 이돈주 사장을 대신해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맡는다. 고동진 부사장은 이철환 사장이 담당했던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에 임명됐다.

보직인사 뒤 IM부문 소속 사장은 신종균 사장과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등 2명뿐이다.

◆ 해외조직 소폭 손질, 의료기기사업은 유지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판매법인에 대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삼성전자의 미국사업은 무선사업 중심의 STA법인(댈러스 소재)과 가전사업 중심의 SEA법인(뉴저지 소재)으로 나뉘어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SEA법인이 STA법인을 흡수합병하고 뉴저지에 통합본사를 두기로 하면서 미국조직이 단일화했다.

삼성전자는 “TV와 휴대폰 1등 DNA를 보유한 영업조직은 핵심역량을 지속 발휘할 수 있도록 기존 조직 틀을 최대한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해 운영효율과 사업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엄영훈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을 구주총괄로, 홍현칠 중남미총괄 SELA법인장(전무)을 서남아시아 총괄로 옮기는 보직인사도 이뤄졌다.

소비자가전부문 산하에 있는 의료기기사업부는 애초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에 흡수합병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이번 조직개편에서 제외됐다.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을 이끌고 있는 조수인 사장은 이날 수요사장단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추가적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