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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C&C 대표이사 사장 |
SK그룹 최정점에 있는 SKC&C 사장에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 박정호 부사장이 임명됐다.
박 부사장은 51세로 SK텔레콤 장동현 사장과 함께 SK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 최연소다.
최태원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박 사장이 SKC&C 사장에 오른 것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은 9일 박정호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Corporate Development)장을 SKC&C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했다. 정철길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이동했다.
SKC&C는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IT서비스사업은 고객만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하고 비IT서비스사업은 성장동력 발굴과 수행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SKC&C는 IT서비스부문의 글로벌IT사업부문과 전략사업부문을 통합해 조직역량을 집중하고 융합비즈부문을 신설해 프리미엄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밖에 새로운 성장사업은 비IT서비스부문으로 한데 모으고 새롭게 ICT성장담당 조직을 만들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앞으로 SKC&C의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IT서비스기업에서 ICT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을 이끌 수 있는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사장은 SK그룹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0년대 SK그룹이 한국통신을 인수하는데 관여했고 2011년 하이닉스 인수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박 사장은 1963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9년 선경에 입사했다. 박 사장은 SKC&C 전신인 대한텔레콤, SK컴즈에서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등을 거치며 SK그룹의 신규사업 발굴을 담당해 왔다.
박 사장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 회장의 측근이다.
박 사장은 2004년 최 회장이 구속된 틈을 타 소버린이 SK그룹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 국제금융 전문가로서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보좌했다.
박 사장은 비서실장을 지내며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최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이 SKC&C 사장에 임명된 데 대해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정지작업의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SKC&C는 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 31.8%를 보유한 기업이다. SKC&C는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하면서 그동안 지주사인 SK와 합병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사인 SK 지분을 0.02%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SK의 대주주인 SKC&C 지분은 32.9%를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C&C를 통해 SK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SKC&C와 SK를 합병해 SK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됐다.
SK그룹은 그동안 SKC&C에 일감 몰아주면서 SKC&C를 키웠다. 이 또한 SK와 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와 함께 SKC&C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는데 SKC&C는 올해 중고폰사업, 중고차사업, 메모리 반도체 모듈 등 새로운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SKC&C 주가는 올해 초 12만 원에서 지금은 20만 원대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SKC&C 시가총액은 10조 원을 돌파하며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시가총액 7조 원을 추월했다.
SKC&C와 SK가 현재 시가총액 비율대로 합병을 하게 되면 최 회장은 합병 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최 회장의 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30% 가량으로 올라 SK그룹 지배력을 완벽히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 합병법인을 최정점으로 하는 안정적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 회장이 수감중인 만큼 지금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내놓는다. 하지만 최 회장이 부재중일 때가 오히려 여러 논란을 피하는 등 합병의 적기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번 인사에서 SKC&C 수장이 된 박 사장은 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데다 인수합병 전문가이기 때문에 SKC&C와 지주사 SK의 합병을 추진하기에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