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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제조부문을 농업 및 바이오, 전자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현재 주력 제조계열사로 동부팜한농과 동부대우전자 정도를 거느리고 있다.
동부그룹의 모태 격인 동부건설은 자회사 지분과 자산을 매각했는데도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부건설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동부그룹에서 제조부문이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금융 비중이 커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은 동부그룹 제조부문을 농업과 바이오 계열사 동부팜한농, 전자 계열사 동부대우전자를 중심으로 재편한다.
동부그룹은 이런 구상에 따라 계열사 별로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도체와 철강사업 정리하는 동부그룹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17일 2조7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그뒤 자산과 계열사 매각을 추진해 왔다.
자구계획안에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 자산매각과 동부제철 유상증자, 김준기 회장의 사재 1천억 원 출연 등이 담겨 있었다.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동부하이텍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이에이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현재 아이에이컨소시엄의 자금조달 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의 구체적 매각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했을 때 1500억~2천 억 원으로 예상된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16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김준기 회장은 그 동안 동부하이텍에 사재 3500억 원을 투입했다. 동부그룹이 이 회사에 투자한 돈은 3조 원에 이른다.
동부하이텍 매각이 완료되면 김준기 회장은 16년 동안 품어온 반도체사업의 꿈을 완전히 접게 된다.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 철강 계열사와 관련 자산의 매각은 완료까지 다소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2016년까지 동부메탈을 매각하기로 산업은행과 조율한 상태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은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보류됐다.
동부발전당진은 매각완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채권단은 애초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패키지 매각하려던 계획이 불발되자 분리매각으로 선회했다. 동부발전당진 매각과정에서 우선협상대장자로 선정된 삼탄은 인수 계약금까지 냈지만 송전선 문제가 불거지자 막판에 인수를 포기했다.
차순위협상대상자 SK가스가 결국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게 됐다. SK가스는 동부발전당진 지분 60%를 2010억 원에 사들였다.
이 밖에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일부, 동부팜가야 생수공장 등의 매각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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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 제조부문 핵심으로 떠오른 팜한농과 동부대우전자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과 동부대우전자만 제조부문에서 믿을 만한 계열사로 남아있다.
동부팜한농은 동부그룹 계열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트리플B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농약과 종자시장에서 1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비료시장에서 남해화학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동부팜한농은 비료 원료를 제조하는 화공사업부를 매각하고 농산물 유통, 해외영농 및 플랜테이션사업, 동물 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사업, 천적 곤충 등 생물자원사업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부대우전자는 해외거점 20여 곳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려 한다. 기존 중남미와 중동 외에도 동남아, 중국, 아프리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신사업인 TV부문에서 부품을 외주생산하고 중국과 국내 조립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향후 디자인과 품질을 높여 사업규모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부CNI는 금융IT사업과 전자재료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동부CNI는 동부그룹 제조업부문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물적분할과 매각이 완료되면 동부CNI 사업부는 무역과 일반 IT서비스만 남게 된다.
동부건설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모태회사다.
동부그룹은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과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완료됐지만 재무구조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1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을 내놓으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김 회장 재산의 대부분이 이미 담보로 제공된 상태”라며 사재출연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동부화재의 금융계열사 지배력 커져
동부그룹 금융부문에서 동부화재의 지배력이 강화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 금융부문의 지주사격인 회사다.
동부화재는 지난 10월 김준기 회장이 보유한 동부생명 지분 200만 주를 사들였다. 이 거래로 동부화재가 보유한 동부생명 지분율은 77.66%로 높아졌다.
동부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은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에게 몰리고 있다.
김남호 부장은 최근 누나 김주원씨로부터 동부화재 주식 45만 주를 빌렸다. 이 거래로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율은 기존 14.42%에서 15.06%로 늘었다.
김남호 부장이 동부화재 지분을 늘린 데 대해 그룹 자금지원을 위한 담보력 보강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준기 회장, 김남호 부장, 김주원씨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쪽의 동부화재 지분율은 모두 31.33%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