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비리로 행장 해임 사태가 빚어질 수 있을까?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공기관뿐 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민간 금융회사의 채용비리에도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에 금감원의 은행 현장검사에 따라 채용비리 사실이 확인되면 기관장과 감사의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앞서 최 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채용비리가 적발되면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던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5곳의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나 은행법에 따라 채용비리에 연관된 행장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며 “다른 조치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35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금융회사 임원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은행법 54조도 은행의 임원이 이 법률을 고의로 어기거나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은행 주주총회에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금융위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나 은행법을 통해 채용비리가 확인된 은행의 행장 해임을 건의하려면 실형 선고 등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실제 해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이광구 전 우리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중도에 물러났던 것을 감안하면 금융위가 해임을 추진할 가능성만으로도 행장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도 공공기관에 더해 금융권의 채용비리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최 위원장의 강경한 대응방침에 힘을 더욱 실어주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월30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과 은행권은 청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으로 채용도 특별히 공정해야 한다”며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사회의 신뢰를 해친 중대한 적폐인 만큼 당국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금로 법무부 차관도 1월29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공공기관이든 민간이든 채용비리로 선량한 취업자의 자리를 빼앗고 부정한 채용에 연루된 사람을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기본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은 채용비리의 여파로 기관장이 해임된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런 기조가 은행권에도 적용돼 행장의 해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조사에서 채용비리가 확인된 항공안전기술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공공기관 8곳의 기관장들을 곧바로 해임했다.
차준일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취임한 지 6개월 만인 2016년 4월에 신입사원의 부정합격에 가담한 혐의로 해임된 전례도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실시할 때 채용비리 문제가 터진 기관의 등급을 낮게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D등급이나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장은 해임건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