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삼 KDB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장 부행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주식의 매각절차를 올해 여름 안에 끝낸다.
주식 50.75% 가운데 40%를 호반건설에 먼저 팔기로 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는 2년 뒤 호반건설이 사전에 합의한 가격에 남은 지분 10.75%를 사들이는 풋옵션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장 부행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건설 주식의 매각조건이 호반건설 쪽과 상당부분 일치했다”며 “가격이나 풋옵션 조건도 현재 시점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밝히려다가 31일로 미뤘는데 그동안 호반건설과 풋옵션 등에 관련된 협상을 진행했다.
전 부행장은 “2년 뒤 호반건설에서 남은 대우건설 지분 10.75%를 인수하는 부분에 관련된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협상한 결과 일부 금융기관의 지분매입 보장이나 지급보증 형태로 담보를 보강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분 매각을 주관하는 미래에셋대우가 호반건설에 이행보증서를 발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이 2년 뒤 풋옵션을 행사한 뒤에도 호반건설이 잔금을 치르지 않는다면 미래에셋대우가 대우건설 지분 10.75%를 인수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2월경에 주요 매각조건을 확정해 호반건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그 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실사를 거쳐 올해 여름 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매각대금을 받아 대우건설의 지분매각 절차를 마칠 계획을 세웠다.
다음은 전 부행장과 일문일답이다.
-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처음에는 전량 매각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호반건설이 일부를 먼저 사들이는 조건으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건이 바뀌었는데도 호반건설에 대우건설을 파는 것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는지.
“2016년 10월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주식의 매각 추진을 의결했을 때 지분 일부매각도 가능한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예비입찰안내서에도 관련 내용을 담았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신속하게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전량 매각을 추진하되 투자자의 바람도 감안했다. 우리의 태도가 바뀐 게 아니라 대우건설 지분을 원활하게 매각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 대우건설 지분의 매각가격이 산업은행에서 들였던 3조2천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헐값매각’ 논란도 있는데 대우건설을 파는 쪽으로 결정한 이유는.
“공정가치 기준으로 가격을 판단해야 한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를 감안하면 최근의 평균치와 비교해 이번 입찰가격은 30%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후보로 거명됐을 때부터 자유한국당 등에서 제기한 ‘호남기업 특혜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각주관사가 국내의 잠재적 투자자 188곳을 대상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뜻을 모두 알아봤다. 그들 가운데 13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이들을 평가한 결과 입찰적격자 3곳을 제외한 10곳은 기준에 미달해 탈락됐다. 이 3곳 가운데 호반건설이 들어와 있었고 최종입찰에서도 호반건설만 참여했다. 호반건설을 염두에 두고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했다는 추측은 있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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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등을 들어 장부가격 이하로 지분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현재 장부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산업은행이 비금융자회사를 원활하게 팔려면 지분 취득가격 이상의 매각조건을 내걸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장부가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내부적으로 시장가격을 매각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결정했고 정부와 인식도 같이 했다. 대우건설도 지분을 사들인 금액은 3조2천억 원이지만 장부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천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 대우건설 주가가 지난해 3분기의 ‘어닝쇼크’ 이후 6천 원대로 떨어졌는데 매각가격을 매기는 데 어떤 영향을 줬나.
“대우건설도 상장기업인 만큼 주가가 매각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대우건설 지분의 매각절차를 재개한 7월보다 현재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입찰가격에 영향을 어느 정도 줬다.”
- 호반건설이 지분 40%만 먼저 사들이려는 것이 산업은행을 2대 주주로 남겨둬 해외수주나 금융지원 등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반건설이 풋옵션 형태로 대우건설 지분 10.75%의 인수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산업은행이 2대 주주로서 함께 가기를 원했던 것이 맞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경영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변경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 불안하게 느꼈던 부분이 있다. 산업은행도 2대 주주로서 대우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 호반건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조율했는가.
“풋옵션 조건을 가장 많이 논의했다. 담보가 가장 큰 이슈였다. 산업은행은 이번 옵션거래가 장외의 사적거래인 만큼 ‘카운터파트 리스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호반건설에 담보를 요구했고 신용을 보강하는 방법을 놓고도 여러 의견을 나눴다. 지금 현재로서는 유수의 금융기관이 매입을 보장하거나 지급보증 형태로 담보를 보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이 이번 매각과정에서 고용승계나 인수기업 선정의 배점조항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와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가.
“호반건설이 고용승계나 임금 수준, 단체협약 등과 관련해 제안서에 긍정적 내용을 담았다. 우리도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까지 호반건설과 잘 협의해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겠다. 인수합병과 관련된 구체적 조건은 비밀유지협정 때문에 대부분 밝힐 수 없기도 하다. 최종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까지 대우건설 노조에게 관련 사항을 직접 설명할 계획도 있다.”
- 대우건설 지분을 팔면서 발생한 손실을 매년 털어냈는가.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매년 평가해 장부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은 그때마다 재무제표에 주식손상으로 처리해 반영해 왔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우건설의 주식손상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는데 2016년 기준으로 전체 1조6천억 원 정도다. 이번 매각절차가 잘 끝난다면 아마 올해 실적에 추가손실이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호반건설이 2년 후에 대우건설 지분 10.75%를 사들이지 못하게 될 경우 남은 지분은 다른 곳에 팔아야 하는가. 풋옵션 외에 다른 변수는 없나.
“그래서 담보를 요구했다. 금융기관의 담보보증이나 매입협약을 전제조건으로 깔고 협상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남은 지분 10.75%를 2년 뒤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어느 금융회사의 보증을 받을 것인지 등은 호반건설이 확정해 제시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풋옵션 부분에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고 호반건설과 추가로 논의해야 할 내용은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