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이 증강현실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LG이노텍이 주요 부품을 공급할 수도 있어 단기적 타격에 그칠 수도 있다. 
 
LG이노텍 '애플 수혜'는 여전히 유효, 3D센싱모듈 공급 늘 듯

▲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23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이 현실화하면서 조기 단종설까지 나오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맥 루머스는 궈밍치 KGI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올해 상반기 아이폰X 출하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며 “애플이 아이폰X 가격을 낮추기보다 일찍 단종하고 신제품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은 아이폰X에 3D센싱모듈, 듀얼카메라 등 카메라 관련 부품을 대량 공급하고 있는 데다 애플 매출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적 타격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LG이노텍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좋은 카메라모듈사업에 1조 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벌여왔는데 대부분 애플 물량 공급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이폰X용 3D센싱모듈 개발에만 2천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LG이노텍 영업이익이 지난해 기준 약 296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인 셈이다.

하지만 LG이노텍이 선제적 투자로 애플의 부품회사들 가운데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자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아이폰 3개 모델에 모두 안면인식기능인 페이스ID를 장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3D센싱모듈은 페이스ID에 필수적 부품으로 꼽히는 데다 LG이노텍의 기술력이 아직까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부품 공급을 늘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하반기에 5.8인치, 6.1인치, 6.5인치 아이폰 모델에 모두 페이스ID 기능을 장착할 것”이라며 “아이폰X 양산 때와 같은 시행착오를 없애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증강현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스마트폰 외에 아이패드, 태블릿, 헤드셋 등에도 증강현실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도 높다. 증강현실 기술 구현에 3D센싱모듈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만큼 LG이노텍의 수혜가 커질 수 있는 셈이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장기적 사업전략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면서 애플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LG이노텍이 벌이는 카메라모듈 관련 투자에 애플이 자금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아이폰X 부진을 딛고 증강현실과 관련한 미래 사업에 속도를 낼 경우 LG이노텍이 다른 부품회사들과 비교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셈이다.

노 연구원은 “애플은 2019년 신제품 아이폰 후면에도 증강현실기능을 위한 3D센싱모듈을 추가할 것”이라며 “카메라성능이 더욱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LG이노텍이 3D센싱모듈분야에서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