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지만 속도조절 가능성도 점차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공약 달성을 위해 무리하지 않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과 김동연,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공감대 형성했나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는 2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며 “최저임금 결정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하지만 저희는 신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기대선 때 5당 후보 모두 임기 내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대선 결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 도달시기를 2020년으로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사상 최대 인상폭인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에게 인건비 부담을 안기고 고용이 감소하는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부총리는 이전부터 꾸준히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때 “최저임금 수준이 낮아 올릴 필요는 있지만 속도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안 심사 때도 “내년 상황을 보고 신축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무리해서 목표를 맞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부총리와 시각을 공유하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 중앙·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회에서 “2020년 1만 원 목표를 놓고 대통령과 이야기했는데 상당히 신축적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여야4당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1년간 해보고 속도조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시행한 뒤 한동안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는데 막상 시행된 직후 다소 유연하게 돌아서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방침은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어려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정책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을 신축적으로 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장관들이 직접 듣고 겪은 현장의 민심과도 무관하지 않게 여겨진다.

최근 김 부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알리고 일자리안정자금 등 보완대책을 홍보하는 현장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난 사업주들 가운데 부정적 태도를 보인 이들이 적지 않다.

19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난 한 상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쓰기가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보였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18일 방문한 분식집 종업원은 “장사가 안 돼 짜증난다”며 “장사가 잘 돼야 임금이 올라도 마음이 편하다”고 냉랭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김 부총리와 정례회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최저임금 등의 논의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가 꾸준히 최저임금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정례회동을 통해서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한 인식 차이가 더욱 좁혀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