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대우건설 본입찰에 홀로 도전장을 던지며 인수에 성큼 다가섰다.
김 회장이 그동안 여러 기업의 인수전에서 보였던 태도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호반건설이 주력하는 주택사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다양한 사업구조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우건설 인수를 확정할 경우 김 회장이 대우건설을 직접 경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김상열, 대우건설 인수에 ‘진지하고 적극적’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을 두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이 과거 인수합병시장에서 보였던 태도를 놓고 대우건설 인수에 진지한 의사가 있는지 의심하는 눈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본입찰 결과가 난 상황에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과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아 대형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호반건설이 제출한 인수제안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르면 26일경에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이 KDB산업은행에 제시한 조건 등을 살펴볼 때 큰 하자가 없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까지 전해진 인수조건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으로서 호반건설의 제시안을 반려할 명분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상열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높은 관심을 쏟고 있어 산업은행으로서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입찰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인수 희망가격으로 1조4천억 원가량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매각공고를 낼 때 내부적으로 세웠던 기준인 2조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호반건설은 예비입찰 때보다 2천억 원이나 더 많은 1조6천억 원이라는 금액을 써냈다.
게다가 이를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0%의 잔여지분에 대해 합의된 가격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까지 내걸며 산업은행이 향후에 손실금액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줬다.
◆ 김상열, 대우건설 인수에 왜 적극적으로 나섰나
과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산업은행과 매매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상황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대우건설 인수전이 전개되고 있다.
김 회장이 대우건설의 다양한 사업역량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수 의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그동안 호반건설을 비롯한 여러 건설계열사를 통해 주택사업에 사실상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에 토목사업을 하는 중소건설사 울트라건설을 인수하며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으나 아직 주택사업의 매출비중이 90%대로 절대적이다.
대우건설은 1973년 설립돼 건설사업을 50년 이상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수십 년 동안 고속도로와 교량, 철도, 지하철 등 다수의 인프라공사를 수행해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석유화학과 발전소 등 플랜트사업에도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해외 나라의 발주환경이 좋지 않아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내는 매출이 줄어들고 있긴 하나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대로 높다.
김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확정할 경우 그동안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본격적으로 다각화해 종합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을뿐 아니라 대우건설이 다져온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아파트브랜드 ‘푸르지오’로 인지도를 쌓았고 최근에는 고급브랜드 ‘푸르지오써밋’을 통해 서울시 강남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자체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통해 지방에서 인지도를 쌓으며 사세를 확장했는데 강남 진출에는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데 대우건설을 품에 안을 경우 존재감을 확 끌어올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상열, 대우건설 경영에 직접 나설까
김 회장이 실시한 호반건설그룹의 2018년도 정기임원인사를 살펴보면 김 회장이 향후 대우건설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호반건설을 비롯해 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 등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부사장이나 전무 직급에게 호반건설그룹의 각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겨왔는데 이번 인사에서 이들을 모두 사장 혹은 부사장으로 올렸다.
그동안 호반건설 대표이사 총괄부회장을 맡아 사업을 이끌어온 외환은행 출신의 전중규 부회장은 대표에서 물러나 호반건설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인사기조와 관련해 “각 건설계열사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들의 무게감을 끌어올리고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 전중규 부회장을 임명하면서 전체 조직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염두에 두고 호반건설그룹의 경영체제를 미리 정비해놓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과 3년 동안 대우건설을 공동경영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해 놓았지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김 회장은 대우건설 경영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호반건설그룹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책임경영체제를 확실히 해놓았은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