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고가 스마트폰 ‘아이폰X’의 판매성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을 교훈삼아 신제품 ‘갤럭시S9’의 가격경쟁력을 고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9일 “애플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저항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X 주요 부품업체에 1분기 주문량을 기존 예상치보다 20% 정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주문량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애플이 상반기에 아이폰X 생산량을 크게 줄이고 가격이 비교적 낮은 아이폰 구형모델의 판매비중을 늘리며 점유율 방어에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X의 초반 신제품 효과가 시들해지자 소비자들이 최소 999달러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원은 “아이폰X이 출시 전부터 휩싸였던 고가 논란이 결국 흥행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은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경쟁작을 앞세워 아이폰의 대체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의 원인이 제품 자체 경쟁력보다 가격전략 실패에서 온 것으로 분석돼 삼성전자 갤럭시S9 판매에 미칠 반사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 시리즈를 2월 말 공개한 뒤 3월부터 전 세계에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오히려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을 지켜보며 갤럭시S9 가격책정에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높아지는 스마트폰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보다 성능을 앞세우는 전략을 썼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며 “삼성전자도 갤럭시S9의 가격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