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전용스틱 ‘핏’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KT&G 관계자는 3일 “가격 인상을 놓고 논의하고 있는데 현재 가격을 인상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1월 안에 가격인상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KT&G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릴'. |
KT&G는 지난해 11월 릴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서 현재로선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을 바꿨다.
당시 임왕섭 제품혁신실 상무는 “세금이 오를 것으로 예측이 되기 때문에 추후에 검토할 예정”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하겠지만 다소 공격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 가격정책을 통해 일단 점유율을 키우려 했으나 세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G 관계자는 “오를 수 있는 세금이 모두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처음 릴을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빨리 세금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릴의 전용스틱 핏의 제조원가는 일반담배보다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핏의 가격은 4300원, 일반담배의 가격은 4300~4500원이다.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와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20개비 한 갑당 1740원이었는데 올해부터 일반담배의 90% 수준인 2986원까지 늘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이미 세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아이코스에 들어가는 히츠의 가격을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올렸다.
KT&G도 히츠와 비슷한 수준으로 핏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릴 기기의 가격이 아이코스, 글로보다 싼 만큼 전용스틱 핏의 가격이 히츠와 같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KT&G가 가장 유리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쿠폰을 받으면 정상가인 9만5천원 보다 2만7천 원 싼 6만8천 원에 릴을 구매할 수 있다. 아이코스(할인가 9만7천 원)와 글로(할인가 7만 원)보다 최대 3만 원 가까이 싸다.
KT&G는 릴을 구매하고 싶어도 아직 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할인쿠폰 적용기한을 올해 3월31일까지 늘리기로 했다.
히츠보다 핏의 가격이 비싸질 경우 아직 릴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아이코스로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핏의 가격이 4500원이 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글로에 들어가는 네오스틱의 경우 아직 가격이 4300원이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이 사실상 아이코스와 릴의 양강구도로 가고 있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KT&G가 예상보다 빨리 가격을 올리려는 배경에 세금뿐만 아니라 릴에 대한 자신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릴은 지난해 11월에 출시됐는데 여전히 공급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릴을 만드는 KT&G와 릴을 판매하는 GS25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릴을 구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릴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아 KT&G는 릴 홈페이지를 통해 릴의 입고일정을 일일이 알리고 있다. 그나마도 물량이 크게 딸려 자주 입고되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