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금호타이어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신규자금을 지원하면 산업은행의 자금부담도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조만간 금호타이어의 실사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이르면 19일경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9곳이 금호타이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지만 협의회 지분율은 우리은행(33.7%)이 산업은행(32.2%)보다 더 높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연말에 1조9천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이 신규자금의 지원 여부를 놓고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방안에 쉽게 합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신규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9월 기준 차입금 2조8176억 원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조5660억 원(55.5%)에 이르렀다. 반면 같은 기간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902억 원에 머물렀다.
이 회장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과정에 신규자금이 필요할 경우 다른 채권금융기관과 협의해 공평한 분담원칙 아래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유지할 경우 채권금융기관 9곳이 모두 동의해야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채권단은 2010년 이후 금호타이어에 3조9천억 원 규모를 빌려줬다.
이 회장은 “기존 채권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정상화가 중요한 만큼 시중은행도 필요한 수준의 신규자금 지원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이 금호타이어의 악화된 경영상황을 감안해 신규자금 지원을 꺼릴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실사 결과 중국공장의 부실까지 포함하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산업은행이 채권단의 공동책임 아래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추진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돌았지만 금호타이어가 이 방식으로 구조조정돼도 산업은행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
프리패키지드플랜은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으면서도 법원이 3개월 동안 모든 채권을 동결하고 채무조정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금호타이어가 프리패키지드플랜 방식으로 구조조정될 경우 산업은행은 6천억 원 이상을 손실에 대비한 추가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산업은행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금호타이어 매각도 함께 검토해 왔는데 어떤 구조조정 방식을 선택하든 간에 자금부담이 만만찮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할 경우 다른 회사가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한다. 채권단은 기 업정상화 이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실제로 SK그룹이 비공식채널을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손실 규모가 큰 중국공장까지 사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SK그룹의 제안도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의 채권만기 연장과 신규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산업은행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K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한 금호타이어 인수를 공식적으로 제의한 적이 없다”며 “비공식적 제의도 유의미하고 실효성있는 제안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