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대성공, 어머니 이명희의 마음을 얻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2016년 12월15일 대구 신세계백화점 개점식에 참석했다.<신세계백화점>

1년 전 대구 신세계백화점 개점식에 모습을 보인 한 사람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년을 신세계에서 일했지만 단 한 번도 회사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던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등장한 것이다. 그만큼 정 총괄사장이 힘을 쏟았다고 할 수 있다.

1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대구점은 지난해 12월15일 개점한 뒤 1년 동안 매출 6600억 원 이상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규모라는 신세계 부산센텀시티점이 첫해 5460억 원을 냈는데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방문객은 3300만 명이었는데 절반 이상이 대구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왔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에 위치한 강점을 십분 발휘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구점의 첫 100일 방문객이 1천만 명이었는데 1년 방문객이 3300만 명이었다”며 “그만큼 방문객이 꾸준히 찾는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신계계백화점 대구점은 백화점 업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이겨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 총괄사장이 대구점의 성공에 힘입어 백화점업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대구점을 ‘물건 사는 곳’에서 ‘가고 싶은 곳’이 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매장 내 물품을 놓을 공간을 확대하는 것보다 인테리어와 체험공간에 신경썼다.

대구점의 대표적 체험공간인 아쿠아리움은 올해 방문객 100만 명을 넘었다. 트램펄린 놀이공간 ‘바운스’도 15만 명이 이용했다. 대구점이 명소가 되면서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와 주변 교통편 이용객은 개점 이전보다 20~40% 늘었다.

정 총괄사장은 개점식에서 “대구 신세계백화점이 대구경북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진출한 시내면세점사업과 올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화장품 제조사업을 통해 신세계 백화점부문의 성장성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의 면세점자회사 신세계DF는 설립 2년도 채 안된 올해 3분기 처음 흑자를 냈다.

대구점의 성공과 함께 정 총괄사장은 이명희 회장의 백화점사업을 잇는 후계구도를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명희 회장이 믿고 맡길 정도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이 여전히 정정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정 총괄사장이 대신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 총괄사장이 대구점의 성공을 비롯해 지난 1년의 성과로 백화점부문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은 1972년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로 태어나 이화여대에서 비주얼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과를 나왔다.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에 입사해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을 지냈고 2015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지분을 맞바꿔 정 부회장이 이마트,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맡는 후계구도를 본격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