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매각을 놓고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벌이던 분쟁을 마무리하며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과 생산투자 협력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시장 지배력을 뛰어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두고 사업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4일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독주가 더 강력해졌다”며 “두 회사는 협력관계 회복으로 사업을 재건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바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사업 매각을 결정하자 웨스턴디지털은 협력계약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10개월 가깝게 이어졌다.
하지만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도시바를 상대로 한 모든 법적 공세를 중단하고 공동투자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계속된 분쟁으로 두 회사의 반도체사업에 모두 타격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분쟁이 벌어지는 동안 도시바의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2.7%포인트, 웨스턴디지털은 0.4%의 하락했다”며 “내부적으로 사업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커져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을 2.1%포인트 끌어올리며 글로벌 메모리시장에서 40%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체제를 강화했다.
닛케이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삼성전자를 공통된 경쟁사로 두고 있다”며 “협력관계 회복을 계기로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공동으로 투자해 운영하며 반도체 생산물량을 나누고 있다. 경쟁력 확보에 핵심이 되는 3D낸드 기술개발에도 협업하고 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차세대 96단 3D낸드 개발과 양산에 성공해 삼성전자를 앞서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64단 제품을 주력으로 하며 96단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하지만 닛케이는 그동안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분쟁을 겪으며 감정의 골이 서로 깊어진 만큼 협력관계를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파악했다.
▲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베인캐피털과 애플,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업체들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미치게 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웨스턴디지털도 이런 점을 우려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을 반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2,3위 업체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분쟁이 이어지는 사이 기술발전과 생산투자에 활발히 나서며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역대 최고실적을 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뒤늦게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내며 의미있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가 삼성전자의 향후 반도체사업 실적에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닛케이는 “그동안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계속된 분쟁으로 무덤을 판 셈”이라며 “이미 전 세계 고객사들의 수요 대응에 차질을 빚어온 만큼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