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손잡으면 사업은 잘 된다.”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이 평소 강조하는 말이다.
블루홀은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로 대흥행에 성공해 국내 PC게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데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뒤에는 개발자인 김창한 펍지 대표를 알아본 장 의장의 선구안이 있다. 펍지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전담 자회사다.
13일 블루홀에 따르면 현재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판매량은 2400만 장을 넘어섰고 동시접속자 수는 304만 명에 이른다.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섬에서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플레이어들끼리 경쟁하는 ‘배틀로얄’ 방식의 PC패키지게임이다.
국산 PC패키지게임이, 그것도 글로벌시장에서 이만큼 판매실적을 올린 것은 배틀그라운드가 처음이다.
블루홀 관계자는 “지금도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21일 정식버전이 출시되면 판매량과 동시접속자 수 증가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는 현재 사전유료테스트(얼리억세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장 의장의 ‘사람 보는 눈’은 배틀그라운드 성공의 밑바탕이다.
장 의장은 배틀그라운드를 기획한 김창한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 대표는 2015년 블루홀이 지노게임즈를 인수하면서 넘어왔는데 10년 이상 업계에 몸 담아 온 게임개발 전문가다.
장 의장은 김 대표의 개발 능력을 높이 사 인수 후에도 대표를 맡기고 신작 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김 대표는 당시 해외에서 인기를 끌던 배틀로얄 게임방식에 감명받아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PC패키지게임을 만들자고 회사에 제안했다.
국내에서 배틀로얄 방식이 생소했고 PC패키지게임이라는 점도 비관적이었지만 장 의장은 김 대표를 끝까지 신뢰했고 그 결과 지금의 배틀그라운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장 의장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두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 이후 실패만 해왔는데 인재들을 끝까지 믿은 것이 지금의 성과를 냈다”며 “결국 남는 것은 인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의장의 인재 보는 눈은 과거 ‘벤처 신화’를 쓸 때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장 의장은 2006년 인터넷검색서비스 벤처기업 ‘첫눈’을 NHN(현 네이버)에 35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첫눈의 자본금은 10억 원 정도였다. 벤처업계에서는 이를 ‘전설’이라 부른다.
첫눈의 검색서비스는 장 의장과 함께 일하던 개발자 김범석씨의 머리에서 나왔다. 장 의장은 직접 사업을 기획하기보다 인재들을 영입해 그들의 아이디어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했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로 창업의 길에 들어섰을 때를 회상하며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인재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내게 더 맞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줄곧 인재를 찾는 데 집중해 온 셈이다.
장 의장은 1973년 태어나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박사과정 시절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와 함께 1996년 네오위즈를 창업했다. 2005년에는 첫눈을, 2007년 블루홀을 창업했고 지금까지 블루홀 이사회 의장을 지내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국내 IT 스타트업들의 우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다.
블루홀 관계자는 “장 의장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직원 전체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타운홀미팅’을 연다”며 “장 의장이 오래전부터 직원들과 소탈하게 소통하며 인재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경영을 해왔고 여전히 그렇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