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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거의 모두 되찾을 길이 열렸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에서 출자전환한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자산실사에 들어간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1%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대부분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금호고속까지 되찾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게 된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다시 되찾는 데 최소한 1조 원을 확보해야 한다. 박 회장은 최우선적으로 금호산업을 되찾고 금호고속도 사들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박 회장이 단독으로 1조 원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재무적 투자자를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매각 과정을 비롯해 최근 금호고속을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는 과정에서 경영에 실패한 오너에게 면죄부를 주고 다시 기업을 돌려줘야 하는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당장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는 과정에서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채권단의 압박에 동부그룹은 “박삼구 회장과 다르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영에 실패한 오너에게 회사가 살아날 경우 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제기도 쏟아져 나왔다. 벌써부터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등에 대한 특혜시비도 불거진다.
박삼구 회장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금호아시나아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 금호산업과 박삼구 특혜논란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을 결정한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의 사정을 봐준다는 특혜시비에 휩싸였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워크아웃 졸업을 2년 연장했다. 채권단은 대신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면 바로 워크아웃을 끝내기로 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졸업 뒤 지분을 매각하면 소액주주에 대한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해 인수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살 수 있도록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어주고, 금호산업 지분 인수 뒤 공개매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줬다는 특혜시비가 제기됐다. 박 회장은 지분이 낙찰되는 가격에 금호산업을 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특혜시비는 박 회장이 지난해 말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채권단이 허용할 때부터 벌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를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게 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특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TX그룹의 경우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오너가 법적 처벌도 받았다”며 “박 회장이 복귀하면 형평성 논란과 함께 부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너에게 다시 회사를 되찾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등 금융그룹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지원한 금액은 약 5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조1340억 원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에 출자전환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쏟은 돈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채권금융기관이 120개 기업에 지원한 금액의 48%에 해당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들어간 돈 가운데 얼마나 회수될지 미지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무려 1조4천억 원이 넘었다.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나간 대출의 부실화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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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
◆ 워크아웃중인 금호타이어의 특혜 논란
금호타이어가 미국 조지아에 공장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특혜논란이 벌어졌다.
금호타이어는 5년째 워크아웃 상태에 있어 해외투자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채권단으로부터 4천억 원의 투자승인을 받았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채권단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승인받은 것 자체가 뜻밖이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제출한 투자승인 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금호타이어는 보고서에서 “현대기아차 임원이 조지아지역에 먼저 진출하는 타이어업체에게 우선적 시장점유율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자동차부품 구매는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현지공장 보유 등으로 사전에 특정기업에게 구매나 약정의사를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호타이어가 미국 조지아공장 건설 추진과정에서 채권단에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정확한 사실확인과 검증없이 해외투자를 승인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금호타이어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현지에 공장이 있으면 물량을 배정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 박삼구는 재무적 투자자 모을 수 있나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을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을 벌이고 있어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케이스톤 사모펀드(PEF)와 금호고속 매각가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지난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성산 금호고속 사장을 해임했다. 사모펀드는 김 사장이 금호고속 매각작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는 대표적인 사례로 김 사장이 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 결과 금호리조트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 금호고속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금호고속이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금호리조트는 금호터미널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대주주가 됐다.
사모펀드는 김 사장이 금호고속 매각을 방해하는 사내조직 활동을 방치하고 대주주가 요청한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매각을 최대한 늦춰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정면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해석한다.
사모펀드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 금호고속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가급적 이른 시간에 매각을 하려고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가격을 낮춰 인수의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 인수가 최우선적인 과제인 만큼 금호고속 매각은 시간을 충분히 벌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충돌이 결과적으로 박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되찾으려면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와야 하는데 사모펀드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정난으로 사모펀드에 금호고속을 매각하면서 이를 되사기로 했다”면서 “이제 와서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분쟁을 일으키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미상환한 사태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는데 이번 금호고속 사건으로 신뢰가 완전히 깨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풋백옵션은 예정된 시일에 주가가 일정액 이하로 낮아지면 예정가와 실질가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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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 매집, 박찬구는 관련 없나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을 매집해 지분을 6.16%까지 늘리면서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가 혼돈 속에 빠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채권단이 57.5%, 박 회장이 5.35%,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5.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이는 배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 매입을 놓고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금호산업 인수를 꾀하고 있다" "호반건설 배후에 아시아나항공을 노리는 기업이 있다"는 등의 다양한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이 5천억 원 정도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토대로 1조 원 이상을 충분히 동원할 수 있는 만큼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또 호반건설 배후에 금호석유화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오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데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보유한 2대주주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2010년 갈라서면서 서로 보유하는 지분을 매각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 박삼구 회장은 보유하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이미 모두 매각했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지 않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보유가 박찬구 회장의 형사재판, 상표권 소송 등 박삼구 회장의 위협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욕심을 품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찬구 회장은 그동안 박삼구 회장의 부실경영이 결과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를 낳았다고 주장해 왔다.
금호석유화학이 호반건설과 손잡고 금호산업 인수에 나섰거나 금호산업의 가치를 올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부담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호석유화학은 “호반건설의 지분매입에 대해 아는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