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제외하고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 회장은 28일 서울 중구의 금호아시아나사옥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이 합병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재편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앞으로 건설과 항공, 고속을 중심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다시 인수할 뜻을 완전히 접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런 뜻을 공식화한 데는 KDB산업은행과 관계를 봉합해 금호홀딩스가 안고 있는 금융문제를 원활하게 풀어야 한다는 뜻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아직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의 금호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쥐고 있는 데다 금호홀딩스의 채권자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이“금호홀딩스가 보유한 산업은행 채무는 부동산으로 담보하고 있어 상환 만기까지 갚거나 리파이낸싱 진행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리파이낸싱 말고 산업은행이 만기연장 등을 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산업은행과 관계개선 방안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산업은행과 관계가 나쁘지 않다”며 “단순하게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을 놓고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호홀딩스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 채무를 7867억 원 안고 있다. 애초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에 채무 4632억 원을 들고 있는데다 금호고속을 합병하면서 금호고속이 산업은행 등에 진 빚 1385억 원과 특수목적법인인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 인수금융대주단으로부터 빌린 채무 1850억 원도 떠안게 됐다.
금호홀딩스는 지난해 순손실 279억 원을 냈는데 2015년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이자비용도 2015년 2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34억 원까지 늘어났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놓고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항공사고가 세 차례 난 데다 사드배치나 메르스 등 외부요인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금호타이어를 포기한 만큼 앞으로 경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호산업 주가는 전날보다 10.61% 오른 9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동원될 가능성이 없어져 주가가 힘을 받았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과 관계개선의 의지를 거듭 보였다.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임직원들을 위해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상표권 문제도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금호타이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금호상표권을 무상양도하라는 산업은행 요구에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표권을 산업은행에 대항할 카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성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