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동반 판매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기아차가 우선순위에서 현대차에 밀리면서 판매부진을 극복하는 데 더욱 어려울 수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내년 국내에서 현대차와 판매간섭 효과 탓에 판매를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이제 '현대차의 3군', SUV 양보로 판매회복 쉽지 않아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과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기아차는 내년 국내에서 완전 신차를 출시하지 않고 K5, 카니발, 스포티지 등 주력 판매차종의 부분변경모델로 대응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는 내년 국내에서 싼타페 완전변경모델과 새 대형SUV를 비롯해 차세대 수소전기차, 코나 전기차모델, 투싼 부분변경모델 등 새 SUV를 대거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2019년에 쏘렌토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 신차 교체 주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2018년에는 주력 판매차종의 부분변경모델에 기대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비교해 RV부문에서 강점을 지녔는데 현대차가 SUV 제품군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아차의 RV 강점도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코나보다 더 작은 SUV와 싼타페보다 더 큰 SUV 출시를 마쳐 SUV 제품군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가 올해 코나를 출시해 소형SUV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아차는 소형SUV 판매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나 국내판매는 8월부터 스토닉과 니로 등 기아차 소형SUV 제품군 판매를 웃돌고 있다. 코나와 기아차 소형SUV 판매격차는 8월 1155대, 9월 1036대, 10월 1270대로 매달 1천 대 이상이었다. 

현대차는 6월에 코나를, 기아차는 7월에 스토닉을 출시했는데 기아차가 현대차에 소형SUV 신차 출시 일정을 양보한 탓에 스토닉 신차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중국, 미국에서도 RV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어 기아차가 현대차와 판매간섭에서 자유로운 시장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신차 출시뿐만 아니라 생산량 조정에서도 그룹 우선순위에서 현대차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부진을 겪자 현지 세단 생산을 줄이고 SUV 생산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위탁생산하던 싼타페 물량을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싼타페 생산량을 늘려 미국공장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기아차는 미국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기아차가 현대차 2군에서 3군으로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을 맡았던 2005~2009년이 기아차의 전성기로 꼽힌다. 기아차는 이 시기에 ‘디자인 기아’라는 방침을 정하고 기아차의 상징이 된 호랑이 코 형태의 그릴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디자인 경쟁력을 앞세운 K시리즈와 모닝으로 판매를 늘릴 수 있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면서 기아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이라며 “기아차가 현대차의 기술을 공유하면서 이점을 누리는 측면이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도 현대차에 집중돼 기아차의 고충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